
사과한 친구는 편의점 두 곳을 운영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새벽까지 일하고, 일요일에야 조금 일찍 퇴근한다. 그날도 다음 근무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매장을 나섰다.
처음부터 이렇게 빡빡한 일정은 아니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잦은 이탈, 부담되는 최저임금이 원인이었다. 그와 관련해 시비 붙은 일도 한두 번이 아니었고, 스트레스는 쌓일 대로 쌓였다.
그는 “알바생이 갑자기 출근 안 하고 연락이 끊겨도 나중에 일한 시간만큼은 돈을 줘야 한다. 근무 태도가 불성실해도 그걸 증명해야 하는 건 우리 몫”이라고 토로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악덕 점주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열심히 일하는 걸 안 보고 꼬투리 잡는 가게도 많다”면서 “다만, 공평한 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도 그를 지치게 했다. 그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나가는 돈만 늘어난다. 아니, 요즘은 들어오는 돈조차 줄었다”면서 “제품 가격이 올랐으니 이익이 늘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손님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친구는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는 걸 체감했다고 했다. 올해는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결국 자기 시간을 줄이고 또 줄여가며 매장을 운영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버겁다. 총체적 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유통업 매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편의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4% 하락했다. 편의점 업계는 코로나19 시기에도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분기 기준 매출이 줄어든 것은 2013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업계 대표 브랜드인 CU와 GS25만 봐도 그렇다. CU의 1분기 연결 매출은 2조165억원으로 3.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6억원으로 30.7% 감소했다. GS25는 매출 2조123억원(2.2%↑), 영업이익 172억원(34.6%↓)을 기록했다. 매출은 올랐지만 남는 게 없다.
편의점은 우리 동네 가장 가까운 상권이자 소매 유통의 바로미터다. 불이 꺼지지 않던 편의점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자영업의 현실이 그만큼 벼랑 끝에 와 있음을 말해준다.
김수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imk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