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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5분의 1 울릉공항도 공기 8년…가덕도 신공항 7년은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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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5분의 1 울릉공항도 공기 8년…가덕도 신공항 7년은 무리

건설부동산부 문용균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건설부동산부 문용균 기자
정부가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고 재입찰을 추진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2029년 12월 조기 개항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올해 6월 부지 조성공사를 시작하더라도 현행 84개월(7년) 공기를 그대로 따른다면 완공 시점은 2032년 6월이 된다.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쟁점은 공사 기간 문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6개월간 검토를 거쳐 공사 기간으로 108개월(9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 평균 250여 명의 공항·항만·설계 전문 인력이 참여해 분석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대형 해상 공항 공사로, 공사 난도가 매우 높다는 판단이었다. 이는 안전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게 현대건설의 설명이다.

현대건설은 이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고 정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공사 기간을 84개월, 즉 7년을 고수한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은 애초부터 순탄치 않았다. 2024년 네 차례 경쟁입찰이 진행됐지만, 빡빡한 일정과 높은 난도 탓에 현대건설 컨소시엄 외에는 참여자가 없었다.

결국 같은 해 9월에 국토부는 입찰 방식을 수의계약으로 전환했고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공기가 짧다고 입을 모았다. 이로 인해 경쟁입찰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봤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의 공사 기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가덕도 전면 해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파도가 내습하는 지역이고, 여기에 연약지반의 깊이도 국내 공항 예정지 중 가장 깊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해상 공항인 인천공항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뚜렷해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인천은 파고가 4m 수준이지만, 가덕도는 최대 12m에 이른다. 또 인천의 연약지반 두께는 15m 이내인데, 가덕도는 최대 60m까지 내려간다.

여기에 가덕도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지역이다. 강한 바람과 파도로 인해 실제 작업이 가능한 공사 일수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은 인천공항 1단계 사업도 9년이 걸렸다. 2020년 7월 착공해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인 울릉공항도 공사 기간이 가덕도 신공항보다 길다.

특히 울릉공항의 부지 면적은 약 43만㎡로, 가덕도 신공항(666만9000㎡)의 15분의 1에 불과하며, 가덕도 신공항처럼 해상에 건설되고 있다.

지역 민심을 고려한 공사 기간 설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시공자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기술적 한계를 무시한 채 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마감일보다 더 중요한 건 안전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다.


문용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yk_115@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