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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업계, '불법' 보조금보다 '보안' 경쟁에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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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업계, '불법' 보조금보다 '보안' 경쟁에 나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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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지유 기자

오는 22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된다. 단통법 시행 이후 10년간 유지돼온 보조금 상한제가 사라지면서 통신 시장은 다시금 보조금 전쟁의 불씨를 지핀 모양새다. SK텔레콤이 위약금 면제 카드를 꺼낸 열흘간 7만9000여 명의 가입자가 순감한 가운데, 일부 유통점에서는 수십만 원대 불법 보조금이 살포되며 과거의 혼탁상이 재현됐다.

하지만 지금 통신사가 '가입자 뺏기'에만 몰입할 시점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단기적 가입자 유치에 쏠린 자원과 관심을 이제는 '보안 경쟁'으로 돌려야 할 때다.

보조금은 소비자에게 분명한 유인책이다. 당장 100만 원에 육박하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통신사 간 번호이동도 더욱 활발해질 수 있다. 그러나 SK텔레콤 해킹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잦은 번호이동은 그 자체로 해킹과 개인정보 도용의 주요 경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일부 유통 현장에서는 신분증 도용, 위조 서류를 통한 개통, 유심(USIM) 교체 범죄까지 발생해 이용자 피해가 가시화됐다.
문제는 통신사가 실적 중심의 경쟁에 몰두할수록 심사·가입 절차는 느슨해지고, 보안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서류 한 장, 클릭 몇 번으로 기기 변경이 가능한 시대지만 그 뒤에서 개인정보가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은 종종 간과된다.

다행히 최근 이통3사는 앞다퉈 보안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KT는 향후 5년간 1조 원 이상을 정보보호에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LG유플러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스미싱 차단 체계 고도화에 나섰다. SK텔레콤 역시 'USIM 보호 서비스'를 출시하며 신뢰 회복을 시도 중이다. 사후 대응이 아닌, 위협을 사전에 탐지·방어하는 체계 전환이 시작된 셈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보조금에 쓰이는 수백억 원의 일부라도 '보안 예산'에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소비자 유입을 위한 이벤트나 프로모션도 중요하지만, AI 기반 이상 징후 탐지, 내부자 접근 통제, 본인확인 시스템 정교화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초 체력' 강화가 더 시급한 시점이다.

보조금은 일순간의 혜택이지만 보안은 일상의 안전망이다. 보안이 뚫리면 이용자 개개인의 사적 정보까지 모두 유출될 수 있다. 그 가치는 단순하게 추정할 수 없다. 추가적인 해킹에 시달리게 되면 피해 금액은 더욱 커지게 된다. 당장 '보조금' 얼마에 혹해 번호 이동하기보다는 '보안'을 경쟁력으로 삼는 통신사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