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지금부터 58년 전, 이런 생각을 떠올리고 실험까지 진행한 과학자가 있었다. 랫 시티(Rat City)라 불린 이 공간을 설계한 존 B. 칼훈은 일반적인 쥐 실험에서 사용하는 좁은 우리 대신, 울타리가 쳐진 일정 면적의 이상적 환경을 갖추고 쥐들이 어떻게 군집(群集)을 이루고 어떤 변화를 겪는지 관찰했다.
4마리의 쥐로 시작한 쥐 사회는 빠르게 개체수를 불려 나갔다. 야생의 위협도 없고, 풍부한 먹이와 물이 공급됐다. 유일한 제약은 공간의 크기뿐. 개체수 증가가 정점에 이르자 특이점이 왔다. 출산율이 급감하고 유아 방치가 늘어났다. 짝짓기가 사라진 대신 공격적인 성행위나 동성(同性) 교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풍요로운 유토피아가 절망스러운 디스토피아로 변해 버렸다.
디스토피아에서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사회적 단절이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스스로 격리한 일부 쥐들은 건강을 유지하고 침착하고 온순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 교미와 육아는 사라지고 오직 자기 자신만 돌보는 일상만이 남았다. 그 결과, 정점에 이른 개체수는 자연사가 늘면서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쥐 군집은 쇠퇴와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랫 시티 실험의 종반부에 나타나는 정점 이후의 급격한 개체수 감소가 최근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쥐 실험 결과를 인간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무리를 이루고 사회성이 강한 생명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는 점에서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교훈과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그가 제안한 ‘자비로운 혁명’에 따르면 인구 수준이 임계점을 넘기기 전에 이를 줄여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류가 집단적으로 인식하는 순간이 올 것이며, 이를 통해 인류는 단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 머지않아 인류는 인구 증가가 아닌 인구 감소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 진화의 새 장을 열어 개개인의 잠재력이 더욱 꽃피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저출생 국가인 대한민국에도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금까지 행동경제학에 기반해 금전적 혜택과 복지 지원을 베풀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개개인들은 출산이라는 행동을 늘릴 것이라며 지난 20년간 18조 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만일 저출생 현상이 경제학이 아닌 생태학적 요인이 작용한 것이라면? 수명 연장과 경제적 풍요로 오랫동안 안정적인 삶을 영위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선택한 의식과 무의식의 발로라면?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전으로 인간이 노동력을 더는 제공할 필요가 없고, 인당 생산성의 효율 극대화와 인간 고유의 가치 주목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면?
‘존 칼훈의 랫 시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음표가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가 계속 어둡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갖게 한다. 밤이 깊을수록 여명이 가까워지는 법이니까.
양준영 교보문고 eBook사업팀 과장
조용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ccho@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