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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돈의 질서 "패러다임 대전환" ① 기획시리즈를 시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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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돈의 질서 "패러다임 대전환" ① 기획시리즈를 시작하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돈의 질서 "패러다임 대전환" ① 기획 시리즈를 시작하며

[기획시리즈] 돈의 질서: 새로운 부의 지형도와 패러다임의 전환

<h3 data-path-to-node="1">무너진 금융의 바벨탑과 새로운 질서의 서막인류 경제사에서 돈은 언제나 사회적 합의와 신뢰의 상징이었다. 성실하게 노동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가치를 화폐라는 매개체에 담아 보존하며, 은행이라는 제도권 금융 시스템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해 온 불문의 법칙이자 미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신봉해 마지않던 이 ‘돈의 법칙’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과거의 상식과 관성에 얽매여 열심히 일하고, 아껴 쓰고, 은행에 성실하게 저축하는 이들이 오히려 가장 빠른 속도로 가난해지는 기이한 역설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나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한 자본의 지각변동이자, 부의 재분배 법칙 자체가 재편되는 ‘돈의 질서’의 대전환기다. 이러한 흐름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과거의 금융적 관성에 머물러 있는 개인과 기업은 아무런 과오를 저지르지 않고도 순식간에 낙오하며, 종국에는 ‘패가망신’이라는 혹독한 파산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글로벌 자본 시장이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돈의 질서는 냉혹하다. 돈이 움직이는 속도는 인간의 인지 능력을 초월하기 시작했으며, 자본의 침투 통로는 정교해졌고, 국가라는 전통적인 통제 권력의 경계선은 무력화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조 달러의 자금이 국경과 규제, 세금의 장벽을 허물며 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격변의 파도 속에서 자산을 지키고 새로운 부의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의 대이동과 새로운 돈의 질서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해야만 한다.

<h3 data-path-to-node="6">유동성 폭발의 역습과 화폐 가치의 침식새로운 돈의 질서가 만들어낸 가장 첫 번째이자 파괴적인 현실은 바로 ‘유동성 폭발의 역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된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 기조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통제 불능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으로 찍어낸 화폐는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아내는 방어벽 역할을 하는 듯했으나, 결국 가공할 만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인류 경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에 달러와 원화가 흔해질수록 화폐 자체의 희소성은 사라진다. 물가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쥐고 있는 화폐의 가치가 사정없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하고 리스크를 피하겠다는 명목으로 현찰을 가방에 쥐고 앉아 있거나 은행의 예적금에만 자산을 묶어두었던 이들은 앉은자리에서 ‘벼락거지’의 나락으로 전락했다. 은행 통장에 찍힌 숫자는 변함이 없지만, 그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인 주택과 토지, 그리고 생필품의 양은 매달 파괴적인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보유가 가장 안전한 자산 방어책이었던 시대는 끝났다. 마이너스 실질 수익률이 고착화된 유동성 과잉 시대에 화폐를 순수하게 축적하는 행위는 스스로 자산을 갉아먹는 금융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자본은 이미 화폐라는 허상을 탈출하여 실물 자산과 첨단 자산으로 무섭게 돌진하고 있으며, 이 흐름을 타지 못한 이들과 탄 자들 사이의 자산 격차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h3 data-path-to-node="11">첨단 기술의 머니 블랙홀과 자본의 승자독식유동성의 팽창은 필연적으로 자본의 극단적인 쏠림과 양극화 현상을 수반한다. 과거에는 돈이 풀리면 모든 산업과 종목이 골고루 수혜를 입는 낙수효과가 존재했으나, 신(新) 금융 질서에서는 자본이 오직 미래의 초격차 생산성을 담보하는 특정 기술 섹터로만 집중되는 ‘머니 블랙홀’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그 중심에 바로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반도체 등 글로벌 첨단 기술 업종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글로벌 자산 시장의 주가 양극화는 승자독식의 잔인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한한 유동성은 산업 패러다임을 지배하는 초일류 빅테크 기업으로만 흡수되며,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은 웬만한 선진국 대도시나 국가 전체의 국내총생산(GDP)을 가볍게 상회한다. 반면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한 전통 제조업이나 소외된 산업군은 극심한 자금 가뭄에 시달리며 고사하고 있다.

이러한 지형도 속에서 개인 투자자나 기업이 흐름을 잘못 읽고 종목을 선택했을 때 마주하는 대가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다. 지수 전체가 오르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잘못된 자산에 베팅한 대가는 자산의 일시적 하락이 아닌 ‘영구적 손실’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자본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 나침반의 바늘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다면, 시장의 풍요 속에서 홀로 파산하는 비극을 피할 수 없다.

<h3 data-path-to-node="16">무너진 국경선과 초국적 유동성 서핑새로운 돈의 흐름이 가진 또 다른 특징은 공간적 제약의 완전한 소멸, 즉 ‘국경선의 붕괴’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의 고도화는 자본에서 국적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렸다. 자본은 오직 더 높은 수익률과 자산 안정성이 보장되는 곳이라면 지구 반대편이라 할지라도 단 1초 만에 영토와 규제의 장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이동한다. 일본의 초저금리를 기반으로 전 세계 고수익 자산을 사들이는 와타나베 부인의 엔캐리 트레이드는 이제 고도화된 글로벌 매크로 자금의 기본 공식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대한민국 시장의 한계를 절감하고 미국 증시의 빅테크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서학개미, 중국의 정책 변화와 원자재 시장을 추적하는 중학개미 등 개인 투자자들조차 이미 초국적 자본가로 변모했다. 돈이 버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유동성의 유목민화(Nomadism)는 국내 금융 시장의 체력을 시험하고 있다. 자국의 경제 기초체력이 아무리 튼튼하다 할지라도, 글로벌 자본의 매력도 순위에서 밀리는 순간 자금의 급격한 엑소더스가 발생한다. 대한민국 시장에만 갇혀 있는 자산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자본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언제든 고립될 수 있다는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창용 전 한국은행 총재가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 때문에 환율이 무너지고 있다고 발언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이 발언은 환율 붕괴의 주범이 서학개미인가라는 국가적 논쟁을 야기하기도 했다. 애국심에 호소해 환율을 안정시키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서학개미들이 해외투자에서 벌어드리는 수익이 국가 경제에 이익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세상이 많이 바뀐 것이다. 요즈음 돈에는 국적도 국경선도 없어지고 있다.

<h3 data-path-to-node="21">조세 회피와 자본의 엑소더스: 규제의 틈새를 찾는 자본자본의 속성은 언제나 위험을 극도로 혐오하며 이윤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과정에서 자본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촉매제가 바로 세금과 규제다. 현대의 거대 자본과 글로벌 기업들은 국가의 과세 권력을 피해 자산의 재배치를 감행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획기적으로 낮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유럽 본사를 통째로 유치한 아일랜드의 사례나, 전 세계에 포진한 조세회피처(Tax Haven)의 비대화는 자본이 국경을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증거다.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간의 이동 역시 빈번해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로 기지를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공급망 안정화와 국가적 보조금을 노리고 본국으로 회귀하는 리쇼어링(Resourcing)의 거대한 교차 흐름 이면에는 철저하게 계산된 ‘세금과 보조금의 역학관계’가 숨어 있다.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고 과세하기 위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댈수록, 돈은 더욱 정교한 금융 공학적 통로를 통해 규제가 낮은 곳으로 탈출한다. 자본을 붙잡아두지 못하는 국가는 필연적으로 세수 결손과 성장 동력 상실이라는 침체에 직면하게 되며, 이는 그 국가의 화폐와 자산 가치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h3 data-path-to-node="26">
익명성 추적 회피와 지하 금융 생태계의 진화국가의 통제와 과세 권력에 대항하는 자본의 저항은 디지털 기술을 만나 정점에 달했다. 정부의 무제한 화폐 발행에 대한 불신과 개인 정보 보호, 그리고 자산의 은닉을 갈구하는 자본의 욕망이 결합하면서 가상자산과 다크 머니의 세계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있다.

발행량이 2100만 개에서 더 이상 늘어나지 않도록 설계된 비트코인은 이제 제도권 금융의 ETF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며 전통적인 화폐 시스템을 위협하는 대안적 ‘디지털 금’으로 지위를 굳혔다. 자본의 은밀한 이동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 내역과 소유주를 완벽하게 은폐하는 다크코인의 대명사인 제트캐시(Zcash)나 모네로 등은 국가의 추적과 통제 시스템을 비웃으며 거대한 지하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익명성 자산으로의 자본 유입은 단순한 범죄 자금의 세탁을 넘어, 제도권 금융의 과도한 규제와 모니터링으로부터 자신의 재산을 물리적으로 보호하려는 초고액 자산가들과 자본의 방어 기제가 작동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려는 디지털 화폐(CBDC)를 통해 국민의 모든 소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려는 ‘빅브라더 금융’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통제받지 않는 부를 소유하려는 인간의 본능적 자본은 익명성의 그늘 속으로 더욱 깊숙이 숨어들 수밖에 없다.

<h3 data-path-to-node="31">
격변의 길목에서 내 자산을 지키는 이정표새로운 돈의 질서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도도한 흐름이 되었다. 유동성의 대폭발이 가져온 인플레이션의 공포, 첨단 기술 섹터의 승자독식 구조, 국경을 지워버린 글로벌 투자자들의 공습, 세금과 규제를 피해 달아나는 자본의 엑소더스, 그리고 국가의 추적을 회피하는 디지털 자산의 진화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대면한 금융의 전장은 실로 냉혹하고 복잡하다.

지나간 과거의 문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려는 시도는 무모하며 치명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화한 자본의 머니 패턴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나의 자산 구조를 글로벌 패러다임에 맞게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결단력이다. 흐름을 정확히 읽고 길목을 지키는 자에게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부의 기회가 열릴 것이나, 과거의 타성에 젖어 머뭇거리는 자에게는 자산 가치의 소멸이라는 가혹한 형벌이 내려질 것이다.

돈의 흐름과 질서가 크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이코노믹은 금융 패러다임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추적하고 독자들에게 명확한 생존 전략을 제시하기 위해 <돈의 질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폭발하는 통화량의 비밀부터 거대 자본이 움직이는 은밀한 통로까지 낱낱이 파헤칠 이 대장정이, 격변의 시대 속에서 당신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고 부의 지도를 새롭게 그리는 신뢰할 수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확신한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