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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나귀와 예루살렘: 사랑과 권력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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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나귀와 예루살렘: 사랑과 권력의 선택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고난주간은 단순한 기독교 의례를 넘어 권력과 고통, 구원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약 2000년 전 예수의 마지막 일주일은 개인 비극을 넘어, 권력과 양심이 충돌한 사건이었다. 이 시기는 오늘날 전쟁과 억압의 구조를 비추는 거울이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는 응축된 시간이다.

예루살렘 입성은 이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었다. 군중은 종려가지를 흔들며 왕을 환영했지만, 그 기대는 로마의 억압을 무너뜨릴 정치적 해방자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는 이를 뒤집고 군마 대신 나귀를 타고 등장하여, 평화와 겸손의 왕의 모습을 분명히 드러냈다.

나귀는 당시 가난한 이들의 삶과 밀접한 동물이었다. 예수는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세상과 마주하며, 힘과 폭력으로 유지되는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거부했다. 그는 지배가 아닌 공감과 연대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새로운 통치 방식을 보여주며, 진정한 권력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이스라엘은 바빌론과 페르시아, 그리고 로마 제국의 지배 속에서 긴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다. 민중은 강력한 지도자를 기다렸고, 억압을 무너뜨릴 힘을 갈망했다. 그러나 예수는 칼과 군대가 아닌 사랑과 온유함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하며 기존의 기대를 완전히 전복시켰다.
이런 입성은 단순한 환영 행사가 아니라, 거대한 충돌의 시작이었다. 성전 정화 사건은 종교 권력의 위선을 드러내며 긴장을 폭발시켰다. 이는 단순한 분노의 표현이 아니라 부패한 체제에 대한 공개적인 저항이었으며, 결국 예수를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논쟁과 대립 속에서 예수는 권력의 본질을 드러냈다. 바리새인과 율법학자들의 질문은 진리를 향한 탐구가 아니라 체제를 유지하려는 시도였다. 그는 비유와 역설을 통해 그들의 위선을 폭로했고, 이는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권력의 자기 정당화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향유 옥합 사건과 최후의 만찬은 사랑과 희생의 의미를 보여준다. 물질보다 헌신과 관계가 강조되었고, 빵과 포도주는 새로운 공동체의 시작을 상징했다. 이는 경쟁과 지배가 아닌 나눔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세계를 예고하며, 인간관계와 사회적 책임의 본질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예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는 인간적 고뇌가 가장 깊이 드러난 순간이다. 죽음을 앞둔 두려움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길을 받아들였다. 폭력으로 맞서는 대신 고통을 감당하는 선택은 약함이 아니라 가장 강한 저항의 형태였으며, 인간 존재의 깊은 의미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체포와 재판 과정은 권력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미 결론이 정해진 절차 속에서 정의는 형식에 불과했으며,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정치적 재판과 유사한 구조를 보여준다. 권력은 질서 유지라는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고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을 여전히 드러낸다.
십자가형은 당시 인간이 겪는 가장 잔혹한 처형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다. 폭력으로 제거된 존재가 오히려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역설이 시작되었고, 고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해석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 인류 역사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여전히 전쟁과 폭력이 반복된다. 강대국의 이해관계 속에서 약한 이들은 희생되고, 절대 권력은 힘으로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예수의 선택은 단순한 종교적 사건을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강력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인간 예수의 삶은 폭력에 맞서는 비폭력적 저항의 전형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칼을 들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강하게 로마 제국의 체제에 맞섰다. 사랑과 용서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권력을 넘어서는 힘이었으며, 이는 오늘날 인류가 다시 회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다.

부활의 메시지는 죽음을 넘어선 희망의 선언이다. 무력으로 민중을 억압하는 절대 권력이 생명을 모두 지배할 수 없음을 보여주며, 인간 존엄과 자유가 끝내 사라지지 않음을 상징한다. 고난은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여는 통로가 되어 공동체 미래를 다시 열어주었다.

결국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한 사건은 하나의 질문으로 남는다. 우리는 여전히 힘과 폭력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사랑과 겸손의 길을 따를 것인가. 이 이야기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요청이며, 인류는 지금도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