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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기름값보다 먼저 오른 찻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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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의 아침] 기름값보다 먼저 오른 찻값

5년 새 평균 신차 가격 40% 급등
수입차 점유율은 첫 20% 돌파
전쟁 여파, 자동차는 이미 계층의 표지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중동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자동차 업계는 익숙한 경고를 꺼낸다. 유가·물류·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자동차 시장을 더 정확히 설명하는 문장은 따로 있다. 전쟁이 기름값을 자극하기 전에 찻값이 이미 훨씬 더 빨리 올라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최근 공식 연간 통계로 확인되는 2024년 국내 평균 신차 구입가격은 5050만 원이다. 2019년 3620만 원과 비교하면 5년 새 39.5% 오른 수치다. 지금도 오르면 올랐지 더 내리진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이 기간 직장인의 삶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 통계 기준 월평균 임금은 2019년 313만8000원에서 2024년 373만7000원으로 19.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찻값 상승률의 절반 수준이다.

이 숫자는 자동차가 어떻게 멀어졌는지를 단번에 보여준다. 평균적인 직장인이 평균적인 신차 한 대를 감당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시간은 더 길어졌다. 예전엔 무리하면 닿을 것 같던 차가 이제는 머나먼 꿈이 됐다. “내 월급 빼고는 다 올랐다”는 직장인들의 푸념이 자동차 시장에서는 사실에 더 가깝다.

그런데 시장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수입 승용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30만7377대로 늘었고, 점유율은 20.31%로 처음 20% 선을 넘겼다. 내수시장이 갑자기 건강해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비싸진 차를 여전히 살 수 있는 소비층은 남고, 그러지 못하는 소비층은 신차 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가 더 됐다는 편이 자연스럽다. 자동차 시장은 양극화의 원인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양극화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진열장이 된 셈이다.
이쯤 되면 전쟁은 기폭제에 가깝다. 유가가 오르면 운행 부담은 커지고, 물류비가 뛰면 제조원가와 판매가격에 다시 압력이 걸린다. 하지만 소비자가 이미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주유소 가격표가 아니라 전시장 견적서다.

최근 전기차 보조금 논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정부는 2026년 전기차 보조금 지침에서 내연차를 처분하고 전기차를 사면 추가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을 신설했고, 에너지 밀도와 충전 속도 등 성능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제작·수입사가 국내 전기차 생태계 구축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평가하는 사업수행자 대상 평가도 도입하겠다고 했다. 정부 설명만 보면 안전성과 성능,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시장이 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보조금이 정말 소비자의 전환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제도인지, 아니면 산업정책의 색채가 더 짙은 장치인지 묻게 되는 것이다. 특히 사업수행자 평가처럼 차량 자체가 아니라 회사의 국내 기여도와 사업 역량까지 보겠다는 구조는 일부 수입차, 특히 중국계 브랜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는 성능 좋고 가격이 저렴한 전기차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설명하지만, 기준이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는 이를 혜택보다 문턱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이제 필요한 해법은 거창하지 않다. 정부는 보조금의 목적을 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산업 보호가 우선이라면 그렇게 말하면 된다. 소비자 전환 지원이 우선이라면 더 단순하고 예측 가능하며 공정한 기준을 내놔야 한다. 제조사들도 다시 엔트리 모델과 실속형 라인업을 고민해야 한다. 시장의 허리를 포기한 채 고가차 판매만으로 버티는 전략은 당장은 실적을 지킬지 몰라도, 결국 고객 기반을 스스로 갉아먹게 될 게 분명하다.

전쟁은 언제나 핑계가 되기 쉽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 시장의 더 불편한 진실은 따로 있다. 기름값이 오르기 전에 찻값이 먼저 올랐고, 유가 불안이 닥치기 전에 이미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는 멀어지고 있었다는 사실. 이런 상태라면, (특히 우리나라처럼 차를 자주 바꾸는 나라는) 반강제적으로라도 ‘자동차 10년 타기’가 실현될지 모르겠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