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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의 프롭테크'썰'] 건물은 완공이 아니라 운영으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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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의 프롭테크'썰'] 건물은 완공이 아니라 운영으로 완성된다

정일환 알스퀘어디자인 건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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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환 알스퀘어디자인 건축본부장
한때 건설사의 역할은 명확했다.

좋은 땅을 확보하고, 설계하고, 기한 안에 완공하는 것. 산업화 시대의 건설은 말 그대로 '짓는 산업'이었다.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높게, 얼마나 크게 올리느냐가 곧 경쟁력이었다.

지금 현장은 다르다.

건물은 준공검사 필증이 떨어지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비로소 현실이 시작된다. 비어 있는 상가, 임차인을 찾지 못한 오피스, 운영 수익이 예상을 밑도는 건물은 시장에서 버티지 못한다. 외관이 아무리 번듯해도 채워지지 않는 공간은 빠르게 경쟁력을 잃는다.
최근 건설업계가 겪는 어려움도 결국 여기에 닿아 있다. 공사비 상승, 착공 지연, 자재 가격 급등 같은 표면적 문제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짓고 난 이후'를 충분히 고민하지 못한 프로젝트들이 시장에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발주처의 질문이 바뀌고 있다.

이제 발주처들은 단순 시공사를 찾지 않는다. "얼마에 지을 수 있습니까"보다 "이 건물이 실제로 운영될 수 있습니까"를 더 많이 묻는다. 건설사가 공사만 하던 시대에서, 운영과 임대, 수익 구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특히 도심지 프로젝트일수록 그렇다.

리모델링과 복합개발, 오피스 전환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공 능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공사 기간이 길어지면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임대 일정이 밀리면 수익 구조 전체가 흔들린다. 중요한 것은 공사비 절감이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인 운영 전략까지 함께 설계할 수 있느냐다.
그래서 업계에서 프리콘(Pre-Construction)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착공 이전 단계에서 공사비, 공기, 임대 전략, 공간 활용, 운영 방식까지 미리 검토하는 것이다. 설계와 시공이 분리돼 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어떻게 살아남는 건물을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경험과 감각에 의존했던 판단들이 이제는 임대 수요, 지역 상권, 오피스 공실 흐름, 운영 패턴 같은 데이터와 결합되기 시작했다. 단순히 건물을 잘 짓는 기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테리어 분야에서 출발한 회사들이 건축 영역으로 확장하는 흐름도 같은 맥락이다. 공간 내부를 오래 다뤄온 조직은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공간을 사용하는가"를 알고 있다. 건물은 외관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동선, 운영 효율, 유지관리, 임차인의 사용 경험 같은 내부 콘텐츠가 결국 건물의 경쟁력을 만든다.

초기 설계가 준공 이후를 결정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작은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든다. 초기 단계에서 임대 전략을 함께 고민한 프로젝트와 그러지 않은 프로젝트는 준공 이후 채움의 속도 자체가 다르다. 공사 과정에서 원가 절감만 바라보다 운영 효율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처음부터 운영과 임대를 함께 고려한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만드는 이유다.

앞으로 건설사의 역할은 더 복합적으로 바뀔 것이다. 단순 시공 역량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부동산과 건축, 인테리어와 운영, 임대 전략과 데이터 분석이 함께 연결되는 구조 속에서 이 모두를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다.

건물은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 공간이 이후에도 계속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완공이다. 건설사의 경쟁력 역시 얼마나 잘 짓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 공간을 만드느냐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