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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닝, 빅테크 계약에 '고정비 보장' 삽입…AI 투자 변동성 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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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닝, 빅테크 계약에 '고정비 보장' 삽입…AI 투자 변동성 방어

엔비디아·메타·아마존에 선급금·최소 매출 보전 요구…위험 분담 구조 재설계
닷컴 붕괴 학습효과…고밀도 케이블링 독점력 무기로 공급망 권력 지도 재편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미국 유리가공 기업 코닝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공급 계약에서 전통적으로 공급사가 부담해 온 고정비를 고객사와 나누는 이례적인 위험 분산 장치를 마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미국 유리가공 기업 코닝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공급 계약에서 전통적으로 공급사가 부담해 온 고정비를 고객사와 나누는 이례적인 위험 분산 장치를 마련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초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미국 유리가공 기업 코닝이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과의 공급 계약에서 전통적으로 공급사가 부담해 온 고정비를 고객사와 나누는 이례적인 위험 분산 장치를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2(현지시간) 코닝이 엔비디아, 메타, 아마존 등과 맺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광섬유 공급 계약에 '위험 공유(Risk-sharing) 조항'을 대거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AI 투자 열풍이 꺾여 빅테크 기업들이 발주를 줄이더라도 코닝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대응은 AI 인프라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부품·소재 공급망 기업이 생존을 도모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코닝(GLW) 주요 경영 지표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코닝(GLW) 주요 경영 지표 현황]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닷컴 붕괴 학습효과…설비 투자비 고객사에 전가


코닝이 세계 최고 가치의 기술 기업들을 상대로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자리한다. 지난 2005년부터 코닝을 이끌어온 웬델 위크스 최고경영자(CEO)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의 붕괴를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인물이다. 당시 코닝 주가는 인터넷 망 확충 기대감으로 폭등했으나, 거품이 꺼지면서 통신사들이 발주를 중단하자 대규모 자산 손실을 입었다. 수요 붕괴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공급망 하단이라는 점을 코닝은 이미 경험했다.

위크스 CEO는 이번 AI 호황기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코닝의 위험 분담 구조는 철저히 고정비 배분에 초점을 맞췄다. 계약 조건에는 고객사가 광섬유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CAPEX) 비용과 인건비 일부를 선납하는 방식이 포함됐다.

특히 고객사가 일정 물량을 실제로 인수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약정한 최소 매출을 보전하는 '테이크 오어 페이(Take-or-Pay)' 형태의 조항이 반영됐으며, 일부 계약에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가격 조정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기업들이 호언장담한 물량을 나중에 구매하지 않더라도, 공장 건설에 들어간 고정비 부담을 코닝이 홀로 지지 않겠다는 의도다. 프랭크 라우단 레이먼드 제임스 전무이사는 "대기업은 보통 협력사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지만, 코닝은 하청업체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고밀도 광케이블 독점력이 협상 주도권 확보 기반


코닝이 거대 갑을 관계를 뒤흔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독보적인 기술 장벽에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학습을 위한 AI 데이터센터 내부의 수많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면 초고속 광신호 전송 기술이 필수적이다. 특히 AI 서버 1대당 초고속 데이터 처리를 위해 필요한 광케이블 사용량이 기존 일반 서버 대비 수배 이상 증가하는 구조적 변화가 맞물려 있다.

코닝은 인프라 효율을 극대화하는 저손실 광섬유와 제한된 공간에 수천 가닥의 선을 집약하는 고밀도 케이블링 기술에서 압도적인 글로벌 지배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공기층을 통과해 신호 지연을 대폭 줄이는 차세대 '중공(Hollow-core) 광섬유' 상용화에도 속도를 내며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체 불가능한 핵심 소재를 쥐고 있어 엔비디아 같은 절대 강자와의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잡았다. 실제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코닝에 직접 투자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선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대로 코닝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통 사업인 통신 부문을 추월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들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용 광섬유 수요는 향후 수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공급망 권력 재편 속 국내 소부장 시험대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 구조가 국내 반도체 및 부품 업계에도 착안할 점이 크다고 진단한다. 최근 뉴욕증시에서는 AI 설비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관련 주가들이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단기적으로는 자금 조달 비용 부담과 투자 속도 조절에 따른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투자 관점과 별개로, 이번 사례는 공급망 권력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장기적으로는 코닝처럼 R&D 투자를 업계 평균보다 2배 이상 유지하며 독점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 공급망의 ''에서 '준갑'으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국내 증권가에서는 빅테크의 주문만 믿고 무리하게 설비를 늘리다가는 공장이 유휴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핵심 소재 원천 기술을 무기로 위험을 분산하는 코닝의 협상 전략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AI 시장의 건전성을 가늠하고 투자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국내 투자자들이 향후 주목해야 할 핵심 체크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CAPEX) 실제 집행 추이다. AI 인프라 투자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파악해야 거품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둘째,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공급 계약 내 선급금 및 고정비 보장 조항 확보 여부다. 독점적 기술력을 무기로 위험 분산 장치를 마련했는지 확인해야 빅테크 발주 중단 시 자산 손실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공급망의 위험 배분 방식이 바뀌는 지금, 기술력 없는 단순 제조사는 변동성의 완충 장치 없이 시장 사이클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진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