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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골목상권, 함께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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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골목상권, 함께 성장해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동네슈퍼와 골목상권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름과 방식이 달라졌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 확산 속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는 목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골목상권은 지역경제를 지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다뤄졌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이 점차 확대됐다. 시설 개선과 경영 현대화 등 자생력 함양에 치중했다. 소상공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경제주체로 바라보는 정책적 인식도 점차 자리를 잡았다.

2000년대 후반에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이 사회적 논란으로 떠올랐다. 대규모 자본과 물류망을 갖춘 유통업체의 동네 상권 진입으로 인해 영세 상인의 어려움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정 부·정치권은 사업조정과 영업규제 등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골목상권 보호의 대표적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동시에 동네 슈퍼의 공동구매와 물류체계 개선, 점포 시설 현대화 등을 지원했다. 대형 유통업체를 견제하면서 소상공인의 경쟁력도 높이려는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2009년 전후 시작된 동네 슈퍼 지원과 이후 ‘나들가게’ 사업은 당시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 시설 현대화와 공동구매, 물류 개선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와의 격차를 줄이려 했다. 하지만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선호하는 소비 흐름과 온라인 쇼핑의 확산까지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소상공인 보호와 골목상권 활성화가 더욱 강조됐다. 지역화폐 확대와 전통시장 지원,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추진됐으며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기존 규제 기조도 이어졌다. 시장경쟁만으로는 취약한 소상공인의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시기였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유통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규제 완화가 상대적으로 강조됐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가 대표적이었다. 소비자의 선택권과 유통산업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논리였지만, 동네 슈퍼의 경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었다.

현재 이재명 정부에서도 골목상권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소상공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와 변화한 유통환경에 맞춰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특히 대형마트 심야 배송 문제는 소비자 편익과 골목상권 보호라는 사이에서 다시 충돌하는 쟁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대형마트 규제가 실제로 동네슈퍼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는 의문이지만, 연구 결과는 단순하지 않다. 일부 연구에서는 의무휴업일에 주변 슈퍼마켓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전통시장 전체의 지속적인 매출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제시되었다.
동네슈퍼와 골목상권을 대형마트와 영세상인의 단순한 경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여러 점포가 한곳에 모이면 서로 경쟁하면서도 고객을 함께 끌어들이는 집적효과가 나타난다.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해질수록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상권 전체의 구매력도 커질 수 있다.

상권의 규모가 커지면 한 점포를 방문한 고객이 자연스럽게 주변의 다른 점포까지 이용하는 효과가 생긴다. 식당과 카페, 슈퍼와 생활용품점 등이 함께 자리 잡으면 소비자는 한곳에서 여러 필요를 해결할 수 있다. 점포 간 경쟁은 가격과 품질,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선순환을 만들려면 일회성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공동구매·공동물류로 비용을 낮추어 매일 저가 판매를 위한 환경을 위해 온라인 판매와 디지털 결제도 지원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 점포보다 여러 가게가 함께 성장하는 규모 있는 상권을 만드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경쟁력이 약한 동네 슈퍼에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경영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동구매를 통한 혁신과 물류뿐 아니라 재고관리와 데이터 기반 상품 선정, 온라인 주문·배송, 고객관리 등을 갖추도록 돕고 전문 인력과 교육, 컨설팅도 제공해야 한다.

결국 정부의 가장 큰 책임과 의무는 같은 상권의 상인들이 서로 경쟁하면서도 함께 번영할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일회성 보조금보다 소비자 편의와 상인의 생존, 지역경제의 활력을 함께 높여야 한다. 좋은 정책은 가게를 보호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권 전체를 성장시켜야 한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