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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창신메모리(CXMT) 4F² 충격과 삼전닉스 초격차 호언장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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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진단] 창신메모리(CXMT) 4F² 충격과 삼전닉스 초격차 호언장담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이미지 확대보기
김대호 박사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전 고려대 교수
[김대호 진단] 창신메모리의 '4F²' 쇼크와 K반도체의 경고등: 방심의 대가를 경계한다

화려한 호황의 이면에 도사린 거대한 지각 변동


중국 창신메모리가 세계 반도체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4F²(4 F-squared) 구조'의 상용화 도전 소식이 나오면서 뉴욕증시와 코스피 코스닥에서는 메모리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시대의 폭발적인 전방 수요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경이로운 선전에 힘입어 사상 유례없는 화려한 호황의 영광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섬전닉스'로 대변되는 K-메모리의 기술력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며, 국가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수출 전선의 최선봉으로서 막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눈부신 주가 상승과 실적 축포의 환호성 이면에서, 메모리 반도체 생태계의 뿌리째 흔드는 거대한 지각 변동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굴기 주자인 창신메모리(CXMT)가 전 세계 반도체 업계를 향해 거침없이 던진 '4F²(4 F-squared) 구조'의 상용화 도전은 단순한 기술 진보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이 수십 년간 피와 땀으로 쌓아온 독보적 기술적 해자에 정면으로 가해지는 날카로운 칼날이며, 안일함과 과거의 영광에 젖어 있던 K-반도체를 향해 울리는 엄중하고도 서늘한 경고음이다. 시장의 단기적 호황에 취해 방심하는 사이, 추격자는 이미 게임의 규칙을 바꾸는 치밀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CXMT의 '4F² DRAM' 쇼크: 반도체 미세화의 정석을 뒤흔들다


반도체 미세화 공정의 역사에서 셀 면적의 축소는 곧 원가 경쟁력이자 생존의 법칙이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 D램 업계는 셀 면적을 최소화하고 수율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십 년간 '6F² 구조'를 불문율의 표준으로 삼아 왔다. 트랜지스터와 커패시터를 웨이퍼 위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이 고전적 공식은 반도체 공정의 신뢰성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반도체 미세화가 물리적 한계선에 다다르고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에 따른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CXMT는 이 오랜 공식을 과감히 깨부수고 '4F² 아키텍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4F² 구조는 동일한 실리콘 웨이퍼 면적 속에서 D램 셀의 크기를 극단적으로 축소하여, 이론적으로 생산 원가를 대폭 절감하고 칩의 집적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꿈의 기술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공정 난이도가 너무나 높고 불량률을 잡기 어려워, 선발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조차 상용화 시기를 저울질하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던 영역이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무진장한 보조금과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XMT가 이 거대한 기술적 난제를 돌파하며 4F² 기반의 차세대 제품군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소식은 메모리 시장의 글로벌 질서 자체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파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저가 범용(Legacy) 메모리'를 조립해 납품하는 변방의 하청 기지가 아니다. 첨단 공정의 문턱을 넘어 우리를 정조준하는 무서운 실력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K-반도체의 방심: '초격차'의 미몽에서 깨어나야 할 결정적 순간
문제는 이러한 외부의 거세고도 치밀한 파고 속에서도, K-반도체 내부에는 여전히 '호황의 방심'이라는 뼈아픈 나태함이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수성하며 "우리가 곧 세계의 표준이다"라는 깊은 자부심에 취해 있었던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물론 HBM과 같은 AI 맞춤형 첨단 영역에서 선제적인 연구개발(R&D)과 투자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산업의 저변을 탄탄히 지탱해야 할 기반 시장에서는 중국의 저가·고효율 공세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급격히 잠식당해 왔다.

역사적 경험칙에 비추어 볼 때, 모든 거대한 위기는 바로 방심이 극에 달했을 때 찾아왔다. 과거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전 세계 D램 시장을 호령하다가 한국과 미국의 거센 추격을 과소평가한 채 과거의 영화에 취해 몰락했던 아픈 역사가 오늘날 우리 눈앞에 고스란히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서 고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중국이 4F² 구조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범용 D램 시장에서의 가격 경합은 우리 기업들에게 수익성 악화라는 치명적인 타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AI 서버 중심의 초고부가가치 시장 외에, 대중화된 스마트폰과 PC 등 IT 가전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중국산 저가 공세가 질적 도약과 맞물릴 경우 글로벌 점유율 방어는 급격히 버거워진다.설마 중국이 우리의 초격차 기술을 이토록 빨리 따라오겠어"라는 근거 없는 안일한 인식, 그리고 단기 실적의 호조에 도취되어 차세대 아키텍처 선점과 근원적 체질 개선에 소홀했던 관성은 이제 대한민국 반도체 생태계가 반드시 끊어내야 할 가장 치명적인 적폐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향한 결단

지금은 삼성이든 하이닉스든,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을 지탱하는 산·학·연 모든 주체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엄중한 비상 시국이다. 중국의 4F² 쇼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으며,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는 순간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우리가 입에 달고 사는 '초격차'라는 개념은 가만히 멈춰 서서 누리는 정적인 지위가 아니라, 단 1초도 쉬지 않고 질주하지 않으면 곧바로 뒤처지는 가혹한 상대적 속도다. HBM 분야의 가시적 성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다가올 포스트-HBM 시대와 차세대 메모리 아키텍처(수직 적층의 한계 극복, 신소자 도입 등)에서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압도적인 기술 격차를 다시 한번 탄탄하게 구축해야만 한다.

정부와 정책 당국 역시 규제의 낡은 틀을 과감히 혁신하고, 세제 지원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업들이 글로벌 전쟁터에서 오직 기술 경쟁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는 든든한 국가적 방파제를 구축해야 한다. 호황의 햇살이 따사로울수록, 매서운 겨울바람을 대비하는 냉철하고도 치밀한 지혜가 절실하다. 섬전닉스의 명운을 가를 이 결정적 분기점에서, K-반도체의 진정한 웅비는 요란한 수식어가 아니라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가는 뼈를 깎는 혁신에서 새롭게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