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압박…연임 제한 논의까지 부상
장기 재임 자체보다 경영 성과와 주주가치로 평가해야
획일적 세대교체보다 책임경영·경영 연속성에 초점 맞춰야
장기 재임 자체보다 경영 성과와 주주가치로 평가해야
획일적 세대교체보다 책임경영·경영 연속성에 초점 맞춰야
이미지 확대보기사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은 정권의 '색깔'과 무관하게 반복돼 왔다. 저마다 손질에 손질을 거듭해온 지배구조 모범 규준이 무색하게도 올해도 CEO 후보군 구성부터 검증과 평가, 승계 절차의 투명성까지 개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장기 집권을 막겠다며 도입했던 나이 제한이 식상했던지 올해에는 연임 횟수 제한이 거론되기도 한다.
물론 당국의 문제의식에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경영진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후계 구도를 만드는 이른바 '참호 구축'은 견제돼야 마땅하다. 이른바 4대 금융지주 모두 그로 인한 뼈아픈 역사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안이 임기를 제한하는 방향으로만 흐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연령·임기 제한은 우리 스스로 금융의 후진성을 인정하는 행태와 다름없다. 단적으로 미국 최대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 겸 CEO는 2006년 CEO에 취임한 뒤 장기간 회사를 이끌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 역시 2010년 취임 이후 경영을 맡아왔다.
반대로 장기간 자리를 지키더라도 성과가 부진하거나 위험관리 실패가 반복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과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많은 금융사 CEO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금융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권 행사와 의결권 자문기관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전횡을 일삼거나 주주가치를 도외시하는 CEO는 부여된 임기도 온전히 보장받기 어렵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개정과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무엇보다 국내에서도 장기 비전과 일관된 전략 추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한 뒤 자산운용과 증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내 자본시장의 성장과 함께해 왔다. 해외 투자와 글로벌 자산관리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온 전략의 일부다.
물론 창업자이자 그룹 회장인 박 회장의 사례를 상장 증권사의 전문경영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 인물이 얼마나 오래 자리를 지켰느냐가 아니라 그 기간에 어떤 방향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냈느냐다. 박 회장 외에도 메리츠증권을 장기간 이끈 최희문 전 부회장과 한국투자증권의 정일문 전 대표 사례는 경영진의 재임 기간뿐 아니라 경영 성과와 전략의 연속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성과를 내고 있는 CEO를 재임 기간이 길다는 이유로 교체한다면 회사가 축적한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자본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세대교체가 아니다. 장기 재임에 따른 참호 구축을 막는 것과 유능한 경영진의 장기 경영을 제한하는 것은 구별해야 한다. 갈수록 벌어지는 전업계 증권사와 금융지주계 증권사들의 경쟁력 격차의 배경에 금융당국의 반복되는 경영 개입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곱씹어볼 일이다.
공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