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포문을 연 것은 구글 알파벳이다. 알파벳 주가는 3분기 실적 부진으로 29일 하루에만 12% 넘게 폭락했고, 이는 사상 최대 일일 낙폭이었다. 매출이 25% 늘고 클라우드가 고성장했는데도 시장은 등을 돌렸다. 이유는 돈의 흐름이다. 3분기 자본지출이 513억 달러를 넘으면서 잉여현금흐름은 90억 달러 넘는 적자로 돌아섰고,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검색광고로 막대한 현금을 쌓던 기업이 AI 설비에 그 현금을 모두 태우고도 모자라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코어위브 알파벳 쇼크 나스닥 강타
아마존도 같은 길을 걸었다. AWS 매출이 39.3% 늘어 최근 5년 사이 가장 빠른 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12개월 잉여현금흐름이 424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고, 연간 투자 계획 2200억 달러는 그대로 유지했다. 성장은 증명했지만 투자 회수의 시점은 증명하지 못한 셈이다.
그 다음날에는 인텔이 무너졌다. 인텔 주가는 28.58% 폭락해 1974년 이후 52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3분기 데이터센터·AI 매출이 78% 급증했지만, 4분기 매출 전망을 150억~160억 달러로 제시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충격은 반도체 전반으로 번졌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이날 7.20% 하락했다. AI 시대의 왕좌도 흔들렸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4.2% 급락하며 시가총액이 4조9300억 달러로 줄어 2위로 밀려났다. 불과 한 달 전 시가총액 6조 달러를 목전에 두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기업이다.
가장 위태로운 곳은 AI 인프라 임대업체 코어위브다. 2분기 순손실이 6억2600만 달러로 늘었고, 순이자 비용만 6억4000만 달러에 달했으며, 총부채는 약 353억 달러였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거래량은 지난달 사상 최고 수준으로 급증했고, 주가는 지난주 55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52주 최고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장면들은 닷컴 버블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엔비디아는 2000년의 시스코다. 인터넷 장비를 독점하며 세계 시가총액 1위에 올랐던 시스코처럼, 금광이 아니라 곡괭이를 팔아 정상에 섰다. 코어위브는 당시의 통신 사업자들을 닮았다. 폭증할 수요를 믿고 빚을 내 광케이블을 깔았다가 수요가 따라오지 않자 줄줄이 파산한 기업들이다. 빌린 돈으로 설비를 짓고, 그 설비의 임대료로 이자를 갚는 구조는 금리와 수요 둘 중 하나만 어긋나도 무너진다. 인텔의 폭락 역시 기시감을 준다. 2000년 9월 인텔은 매출 경고 하나로 하루 20% 넘게 추락했고, 그 충격은 닷컴 붕괴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됐다.
다른 점도 분명하다. 첫째, 열광의 주역이 실적을 내고 있다. 닷컴 시절 상당수 기업은 매출조차 변변치 않았다. 지금의 알파벳과 아마존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늘고 있다. 시장이 문제 삼는 것은 이익의 부재가 아니라 투자 속도가 이익의 속도를 앞지른다는 점이다.
둘째, 역사의 아이러니다. 닷컴 붕괴 당시 아마존 주가는 90% 넘게 폭락했다. 구글은 그 폐허 위에서 자라났다. 거품이 꺼진 뒤 헐값이 된 광케이블과 인재를 흡수해 지금의 거인이 됐다. 그 생존자들이 이제 거품의 진원지로 지목받고 있다.
셋째, 그리고 가장 우려스러운 차이는 자산의 수명이다. 닷컴 시절의 과잉 투자는 광케이블이라는 수십 년짜리 인프라를 남겼다. 그러나 AI 인프라의 핵심인 GPU는 3~5년이면 구형이 된다. 투자금이 회수되기 전에 설비의 가치가 먼저 증발할 수 있다. 신용시장은 이미 이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 등 5개사의 CDS 프리미엄이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현금 부자였던 빅테크가 신용 위험을 의심받는 것 자체가 국면이 바뀌었다는 증거다.
반도체 비중이 압도적인 코스피는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 하나하나에 출렁인다. AI 투자 사이클이 꺾이면 그 충격은 수출과 증시로 곧장 전이된다.
역사는 한 가지 교훈을 남긴다. 거품의 붕괴가 기술의 실패를 뜻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은 닷컴 붕괴 이후 오히려 세상을 바꿨다. AI도 그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기술의 승리와 투자자의 승리는 별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의 미래에 대한 믿음과 현재 가격에 대한 의심을 분리하는 냉정함이다. 역사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맞춘다. 지난주 월가에 울린 운율은 결코 가볍게 들을 소리가 아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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