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주택도시보증공사 이대론 안된다(중)] 분양가 심사 '고무줄 잣대'에 재건축조합들 '부글부글'

글로벌이코노믹

[주택도시보증공사 이대론 안된다(중)] 분양가 심사 '고무줄 잣대'에 재건축조합들 '부글부글'

1만2천가구 대단지 둔촌주공, 인근 89가구 미니단지 수준 분양가 제시되자 조합원 반발
998가구 힐스테이트세운, 1년간 협상에 덜 까다로운 도시형생활주택 절반 배정 '고육책'
오락가락 심사 지적에 국토부 "지침 없고 개입 안해", HUG "지사 전결사항" 책임 전가
업계 "분양보증 독점에 업무 전횡 태생적 구조...공급위축·로또분양 초래" 개선 한목소리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일관성 없는 분양가 심사가 당초 제도 시행의 취지와 반대로 주택공급 위축과 '로또분양' 같은 시장질서 왜곡 부작용을 초래해 결국 '부동산시장 안정'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에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는 지난 2월 기존 분양가 심사기준인 '입지', '단지규모', '브랜드'를 좀더 현실에 맞게 세분화해 개별 가중치를 반영하기로 했다.

당시 HUG는 공식적으로 세부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그동안 제기돼 온 획일화된 기준과 형평성 문제가 개선돼 사업장별 특성이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 견해다.
지난 3월 HUG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이 신청한 3.3㎡당 3550만 원의 일반분양가에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HUG는 지난해 말 분양한 인근 89가구 규모의 미니단지 '힐데스하임 올림픽파크'의 분양가인 3.3㎡당 2896만 원과 거의 같은 수준인 2970만원을 제시한 이후 이를 고수해 오고 있다.

둔촌주공 조합은 HUG의 새 기준 도입으로 1만 2000여 가구의 대단지 규모와 현대건설 등 시공사 브랜드(도급순위)가 반영돼 HUG 분양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던 것이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흑석3구역 재개발사업의 상황도 둔촌주공 재건축과 비슷하다. 지난달 초 HUG는 흑석3주택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에 일반분양 물량 분양보증서를 3.3㎡당 2813만 원으로 발급했다.

조합이 요구한 3200만 원대보다 약 400만 원 낮춘 것으로, 지난해 8월 분양한 서울 사당3구역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분양가 2813만 원)과 같은 금액이다.
그러나, 흑석3구역 재개발단지 '흑석 리버파크자이'는 총 1772가구로,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총 514가구)과 단지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HUG의 새 기준이 어떻게 반영됐는 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HUG가 분양가 심사 기준 적용을 독점하고 비공개로 일관해 주택 수요자인 조합은 분양가 책정의 내막을 알고 싶어도 속수무책일뿐이다.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내 쳥계천로변에 들어설 예정인 '힐스테이트 세운'은 아예 HUG 분양가 심사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도시형 생활주택(원룸형 아파트)'으로 바뀌어 선택됐다.

'힐스테이트 세운' 시행사인 한호건설은 지난 3월 당초 예정했던 아파트 공급물량 998가구 중 절반 가량인 489가구를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변경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을 제출해 구청 인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HUG와 분양가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한호건설이 결국 분양가 심사 기준이 아파트보다 덜 까다로운 도시형 생활주택 물량을 늘리는 고육책을 동원한 것으로 풀이했다.시행사는 3.3㎡당 4000만 원대의 분양가를 요구했으나, HUG가 3000만 원 수준을 고수하는 바람에 1년 가까이 난항을 겪으며 사업이 지체되자 시행사가 결국 손을 들고 말았다는 설명이다.

한호건설은 세운지구 내 다른 사업장에서도 아파트 대신 오피스나 오피스텔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HUG의 분양가 규제로 전용 85㎡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오피스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부족한 서울 도심의 아파트 공급이 더 위축돼 앞으로 3~4년 뒤 서울지역 신규 아파트 공급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한, HUG의 일반분양가 억제로 조합원 분양가보다 일반분양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거나 현금을 다량 보유한 일반분양 당첨자가 수억 원 대의 시세차익을 얻는 이른바 '로또분양'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둔촌주공 재개발의 경우, 조합이 주장하는 3550만 원으로 분양가가 결정돼 공급되더라도 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격은 11억 9000만 원이 돼 강동구 내 규모와 브랜드가 유사한 '고덕그라시움'(동일면적 시세 14억 9000만 원)보다 3억 원이 낮아 일반분양 당첨자는 앉아서 3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기게 된다.

HUG는 지난해 6월에 이어 올해 2월에도 분양가 심사기준을 개선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으며, 단지마다 들쑥날쑥한 분양가 결정으로 조합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HUG를 관리·감독하는 상급기관이지만, HUG의 분양보증 심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고 관련 업무지침도 없으며 HUG가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책임회피성 입장만 되풀이했다.

HUG 본사도 '개별사업장의 분양가 심사에 관한 내용은 HUG 영업지사 영업점장의 전결권이며, 실제로 심사는 지사에서 하는 것'이라며 역시 국토부와 비슷한 면피성 입장을 나타냈다.

업계는 HUG가 '보증기관'으로서 상급기관의 구체적인 업무지침 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다 그마저 실제 심사는 각 지사가 알아서 하기 때문에 분양가 심사의 일관성이 없고 통일된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전횡'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동산학계의 한 대학교수는 "HUG가 설립 근거법에 규정된 '보증기관'을 넘어 '분양가 조절기관' 역할을 하려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하며 "분양가 억제로 공급이 위축되면 오히려 집값이 오르고 주변시세 때문에 로또분양이 양산되는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HUG 본사 관계자는 업계의 분양가 심사 기준 문제 제기에 "관계부서와 논의한 뒤 답변을 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