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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중단에 온라인발매 막힌 위기의 말산업계 "헌법소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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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중단에 온라인발매 막힌 위기의 말산업계 "헌법소원이라도…"

농식품부 온라인발매 반대에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 국민권익위 청원 이어 헌재 심판청구 추진
다른 사행산업 온라인영업 허용과 차별 '형평성 위배', 국민 생존권·평등권 침해...법률검토 중
후방산업 종사자 많아 피해 심각성 가중, 말생산농가 줄도산..."농식품부 저리융자 지원 생색만"
전국 18개 말산업 유관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 관계자들이 7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발매 입법화 촉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축경비대위 이미지 확대보기
전국 18개 말산업 유관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 관계자들이 7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온라인 발매 입법화 촉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축경비대위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 위기에 놓인 말(馬)산업계가 정부의 '경마 온라인 마권 발매' 반대 입장에 반발해 급기야 '헌법소원 카드'를 내밀 태세다.

헌법소원 청구 근거로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국내 경마 중단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말산업계가 1년 반 넘게 농림축산식품부에 경마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해 왔지만 줄곧 외면 당한데다 같은 사행산업인 경륜·경정 등에는 온라인 발매를 용인하며 차별 행태를 보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생존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말산업계, 국민권익위 청원 이어 헌법소원 검토 "경마만 차별" 분통


앞서 전국 경주마생산자협회·마주협회·조교사협회·기수협회·마필관리사협회·축산관련단체협의회 등 전국 18개 말산업 유관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는 지난 18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을 호소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축경비대위는 청원서에서 "코로나19 이후 1년 6개월간 경마 중단으로 전국 2700여 업체 3만 5000여 명의 말산업 종사자들은 실직·파산 등 생존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경마를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온라인 발매를 도입했고, 국내 사행산업인 로또·스포츠토토·복권·경륜·경정도 이미 온라인 발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어 여야 국회의원 4명이 지난해 온라인 발매를 담은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을 4건이나 발의했는데 유독 농식품부만 온라인 발매를 반대하고 있어 현재까지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산업 분야에서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한 비대위는 "경마 온라인 발매는 코로나19 방역은 물론 불법도박 확산 방지, 경마건전성 제고, 말산업 종사자 생존권 보호 등 긍정 효과가 많다"고 강조하며 농식품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20일 말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사행산업 중 유독 경마만 온라인 발매 금지를 포함해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어 동일 사행산업 내 업종간 형평성 훼손은 물론 말산업계 종사자의 기본권인 생존권 침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르면, 국내 사행산업은 ▲카지노 ▲경마 ▲경륜·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소싸움경기 등 총 7개 업종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복권과 스포토토는 이미 수년 전부터 온라인 발매가 운영되면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경마를 제치고 국내 사행산업 연매출 1·2위로 올라섰다.

경륜·경정도 지난 6일 1만 4000여 명의 온라인 회원이 가입한 가운데 온라인 발매시스템 '스피드온'을 선보이고 온라인 발매를 시작했다.

특히, 경륜·경정은 올해 온라인 발매 첫 도입과 함께 청소년 접근과 과몰입 방지를 위해 본인인증, 구매한도 필수설정, 중독예방상담서비스, 스피드온을 통한 불법도박 신고 등 부작용 예방 장치를 마련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일 입법예고한 지방세입 관계법률 개정안에서 레저세 온라인 발매분에 납세지 규정을 신설해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분에 레저세의 지방자치단체 분배 문제를 마무리했다.

반면에 경마는 이미 2009년 7월까지 온라인 발매를 운영한 경험이 있음에도 농식품부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지금까지 "은행계좌 연계, 조세제도 개편 등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경마 온라인 발매 도입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지연하고 있다고 말산업계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의 경마산업 실무자는 "온라인 발매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해명으로, 김현수 장관 등 농식품부 고위관료들은 "국민 불신과 공감대 부족"의 반대 입장으로 마치 역할놀이하는 식의 '딴소리'를 내며 말산업계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더욱이 농식품부의 국민 공감대 사전 형성 논리에 말산업계는 로또·토토뿐 아니라 경륜·경정의 온라인 발매 도입 때도 사전에 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온라인 발매를 도입한 전례는 없었다며 반박하고 있다.

경륜·경정 운영기관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경륜·경정이 중단되면서 합법 사행산업을 즐기던 많은 고객들이 불법 도박사이트로 유입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전하며 "합법 사행산업을 이용하던 고객이 한 번 불법 사이트로 유입되면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므로 경륜·경정 온라인 발매 서비스는 반드시 시행돼야 할 사항이었다"고 말해 온라인 발매가 오히려 불법사행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려줬다 .

카지노와 소싸움 역시 경마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발매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강원랜드는 지난 2분기 27억 원 영업이익을 내며 '깜짝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 카지노 폐장일 없이 30% 가량의 고객 부분입장을 계속 유지한 덕분이다.

반대로 경마 시행사업자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2월 경마중단 이후 지금까지 매분기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 3개 경마장 중 전체 경마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과천경마장은 지난해 11월 총 12영업일 동안 10~20% 고객 부분입장이 허용된 외에 줄곧 폐쇄됐다.

부산·제주 경마장도 과천 경마장보다 부분입장 일수가 많았으나, 경마는 환급금 지급·시설유지 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50~60% 고객 부분입장이 지속되지 않는 한 마사회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

결국 매출 발생 없이 '무고객 경마'만 지속하면서 마사회 유보금도 바닥난 상태이고,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지난 13일부터 모든 경마장의 고객 입장이 중단된 상태다.

소싸움은 전체 사행산업의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에 불과해 온라인 발매 금지에 따른 산업 피해가 경마·카지노와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경마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일괄 관할하고 있는 전체 사행산업은 물론 같은 '경주류'인 경륜·경정과 비교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지금까지 온라인 발매가 금지돼 유독 경마산업만 붕괴 위기에 내몰리는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말산업계의 주장이다.

◇경마 중단으로 후방산업 붕괴 심각...귀책사유 없이 생존권 침해

전국 18개 말산업 유관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 관계자들이 7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말을 이끌고 온라인 발매 입법화 촉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축경비대위 이미지 확대보기
전국 18개 말산업 유관단체로 구성된 축산경마산업비상대책위원회(축경비대위) 관계자들이 7월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말을 이끌고 온라인 발매 입법화 촉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축경비대위


말산업계의 호소가 절실한 또다른 배경에는 '후방산업의 피해'를 꼽을 수 있다.

프로야구 등 프로스포츠를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하면 복권은 후방산업이 사실상 없고, 카지노(슬롯머신 제조)는 후방산업이 미미하며, 경륜·경정·소싸움은 후방산업 규모가 경마보다 훨씬 작다.

경마는 기수·조교사·마필관리사·말생산농가·장제(裝蹄)·승마 등 2700여 업체에 종사자만 3만 5000여 명을 먹여살리고 있다. 경마 의존도가 높은 국내 말산업은 마권 발매가 막히면 경마 종사자의 급여 지급과 말생산농가 등 연관산업의 매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코로나 이전까지 전체 말산업 매출 규모는 연간 3조 4000억 원에 이른다.

또한, 농식품부의 경마 온라인 발매 반대 근거로 내세우는 '국민 불신'과 '준비 부족'의 책임이 말생산농가 등 후방산업과 관련 없음에도 정작 농식품부의 반대에 따른 가장 큰 피해를 후방산업 종사자들이 받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준다.

제주의 한 경주마목장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전국 말생산농가 중 절반이 폐업했다"며 "농식품부는 '저리 융자를 지원해 주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말생산농가들은 이미 대출 한도가 다 찼고 더이상 담보가 없어 융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말생산농가들은 농식품부에게 불용예산을 활용해 현재 팔리지 않고 있는 1~2세 말을 구매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농식품부는 아랑곳 않고 저리융자 지원으로 생색만 내고 있다. 이대로라면 남은 말생산농가들도 곧 줄도산할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복합적 이유로 말생산농가를 중심으로 한 말산업계는 농식품부의 경마 온라인 발매 반대가 헌법상 기본권인 생존권과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헌법은 제11조 평등권, 제23조 재산권, 제123조 농·어민의 이익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은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없을 때 기본권을 침해 당한 국민에게 헌법재판소에 심판 청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최근 호프집 사장 등 일부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의 하나로 '오후 6시 이후 사적모임 제한' 시행에 반발해 국민 기본권인 평등권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다만, 말산업계는 헌법소원의 청구 요건이 엄격해 농식품부의 '온라인 발매 미허용'에 따른 말산업계의 피해가 심판청구 대상인 지를 내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헌법소원 심리절차가 매우 더디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말산업계가 실제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국민 생존권 보호의 마지막 보루인 헌법소원을 검토할 만큼 말산업계는 현재 '공멸의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말산업 관계자는 "경마 중단으로 심대한 손실을 입고 있는 말산업계로서는 온라인 발매라는 분명한 해법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위기가 코로나19라는 자연재난 못지 않게 정부의 형평성 잃은 차별정책 때문이라는 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 따라 사감위가 일괄 규제하고 있는 각 사행산업이 소관부처에 따라 서로 상반된 대우를 받는 것은 명백히 형평성에 어긋난 처사"라고 강조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