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최근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내놓은 ‘전월세 안심신탁’은 이런 정책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신탁기관에 맡기면 HUG 등이 이를 운용하고 그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구조다. 전세의 목돈 부담은 낮추면서 월세의 현금흐름을 확보하겠다는 발상이다.
정부가 제시한 계산법은 솔깃하다. 보증금 2억 원 주택을 기준으로 세입자의 월 부담이 기존 전세 약 56만 원, 월세 약 74만 원에서 안심신탁을 이용하면 약 53만 원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대인은 월세보다 많은 최대 120만 원 수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내용을 보면 정부는 HUG가 예탁금을 보증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해 4~5% 수준의 수익률을 확보하고 투자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세입자의 보증금과 임대인의 약정수익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원금은 안전하면서 수익률은 높게’라는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시장에서의 실제 효과성이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보증금을 직접 운용하거나 주택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는데 굳이 신탁에 맡길 이유가 있어야 한다.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그것만으로 시장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세입자 역시 마찬가지다. 보증금 원금이 보장되고 보증료 부담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세금이 신탁에 묶이는 만큼 기존 전세와 다른 구조를 받아들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책이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진 서울 등에서는 임대인이 얼마나 참여할지가 핵심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도 있다. 정부가 규제로 주택 매입 여력을 떨어뜨린 뒤 ‘집을 사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과연 주거 안정의 해법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주거 안정은 집을 소유해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주택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는 정책 목표다. 하지만 임대차 시장의 공급을 늘리지 않은 채 금융 구조만 바꾼다면 정책 효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집 마련’에서 ‘안정적 거주’로 정책의 시선을 돌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다만 소유를 포기하게 만드는 것과 안정적으로 빌려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월세 안심신탁이 성공하려면 정부가 이 둘 사이의 간극부터 메워야 한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