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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모듈러주택 대량 발주 승부수…민간 설비투자·생산단가 인하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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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모듈러주택 대량 발주 승부수…민간 설비투자·생산단가 인하 유도

수도권 3기 신도시 중심 연간 3000호 이상 발주…사업비 4조8000억원 규모
2027년 발주 물량 3500호 이상으로 확대…포천송우2 사업 연내 조기 발주
기술유도 기간 도입하고 공장 제작 단계별 대금 지급…제조업체 투자 부담 완화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모듈러주택 활성화 간담회에서 이성훈 사장(가운데)이 직접 참석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LH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모듈러주택 활성화 간담회에서 이성훈 사장(가운데)이 직접 참석해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향후 5년간 모듈러주택 1만8000호 이상을 발주한다. 단발성 사업 위주였던 공공 모듈러주택 시장을 대량 발주 체계로 전환해 민간 제조업체의 설비투자를 유도하고 생산단가를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건설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공사현장 안전 문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LH는 지난 3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이성훈 사장과 국내 모듈러 제조기업 6개사 참여한 '모듈러주택 활성화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날 이 사장은 "모듈러주택은 건설인력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안전사고 및 품질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고 국가 주택공급 속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핵심 솔루션"이라며 "대규모 발주를 마중물 삼아 민간의 과감한 설비투자와 단가 경쟁력을 높이고 K-모듈러 주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모듈러주택을 단순한 공법의 변화가 아닌 국내 건설산업의 생산방식을 바꾸는 수단으로 육성하겠다는 LH의 정책 방향을 보여준다고 업계는 해석했다.
건설현장에서 인력과 자재를 투입해 주택을 짓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공장에서 주요 구조물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주택 공급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LH가 제시한 발주 규모도 상당하다.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연간 3000호 이상, 5년간 총 1만8000호 이상을 발주할 계획이다. 사업비는 약 4조8000억원 규모다. 특히 발주 시기를 앞당겨 2027년 발주 물량을 3500호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남양주왕숙2 A10블록 555호, 고양창릉 A3블록 668호, 포천송우2 A1블록 916호 등 주요 사업의 발주를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 포천송우2 사업은 올해 말 조기 발주해 사업자 선정 이후 착공 전까지 연구개발(R&D)과 자동화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할 방침이다.

핵심은 발주 물량 확대가 실제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강화하는 데 있다. LH는 제조업체가 안정적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자동화 설비에 투자할 수 있도록 발주 방식과 대금 지급 체계를 함께 손보기로 했다.

우선 '기술유도 기간'을 도입한다. 사업자를 선정한 뒤 착공에 들어가기 전까지 일정 기간을 부여해 제조업체가 기술개발과 자동화 양산 체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존처럼 사업을 수주한 뒤 곧바로 생산에 들어가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대량생산에 필요한 설비와 공정을 미리 갖추도록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공사대금 지급 방식도 바뀐다. 기존에는 공장에서 제작한 모듈러주택이 건설현장에 반입된 이후 기성을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공장 제작 진행 상황에 맞춰 대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초기 설비투자와 자재 구매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제조업체의 유동성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생산단가 인하를 위한 유인책도 마련한다. LH는 모듈러주택의 규모별·연도별 단가 인하 목표를 설정하고, 원가절감 실적에 따라 발주 물량을 배정하는 '물량·단가 연동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제조업체가 자동화와 공정 개선을 통해 제작비를 낮추면 추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가격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도 대규모 발주 계획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엔알비, 플랜엠, 유창, 금강공업, 대승엔지니어링, 자이가이스트 등 국내 모듈러 제조기업 6곳이 참석했다.

참석 기업들은 그동안 일회성 발주가 반복되면서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거나 신규 설비투자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만8000호 이상의 연속 발주가 현실화하면 자동화 생산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제작단가를 낮춰 고품질 주택 공급으로 이어가겠다고 화답했다.

LH는 기존 실증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관리 체계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세종 5-1블록(12층·450호)과 의왕초평 A4블록(22층·381호) 등이 대표적인 실증 사례다. 특히 의왕초평 A4블록은 장수명주택 우수등급을 획득했다.

생산방식은 표준화에서 대량생산으로 단계적으로 발전시킨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36㎡·46㎡·54㎡형 모듈러주택을 기반으로 표준화된 도면에 따라 주문 후 생산하는 '메이크 투 오더(Make to Order)' 체계를 구축하고, 시장이 성숙하면 미리 제품을 생산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모듈러 공법은 기존 공법보다 공사 기간을 20~30% 단축할 수 있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다만 대량생산 체계가 정착하려면 안정적인 발주 물량 확보와 함께 자동화 설비 투자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 제작단가 인하, 품질 표준화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공공 발주가 민간의 생산설비 확충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진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roj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