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는 지난 2019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과도한 유동성 증가, 산업 변화 적응 부재 등이 낳은 결과다.
업종별로 보면 한국전력 등 전기가스업과 조선중공업, 제약/바이오, 게임, 유통, 항공, 타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외 경기 상황에 민감하고 많은 투자 비용이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을 고려하면 건설업과 금융업종이 추가된다.
좀비 기업 증가는 부채위험을 증폭시키고 금융 시스템 자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 및 유상증자, IPO(기업공개) 등도 어려워진다. 설령 직접조달에 성공해도 수반되는 비용이 상당해 악순환이 반복된다.
한편, 같은 기간 이자보상배율이 5배 이상인 기업은 1009개에서 1089개로 늘었다. 여기에 속한 기업은 대부분 우리에게 익숙한 대기업들이다. 설정기간(2019년 대비 2022년) 동안 부채비율이 증가한 기업은 415개지만 이중 202개 기업은 이자보상배율도 동반 상승했다. 좀비기업과 우량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기업의 재무건전성 양극화는 고용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술 집약적 산업이 주를 이루면서 적은 수의 고도로 숙련된 노동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이 또한 고용 확대에 제약을 가해 경제 전반 활력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일부 우량 기업에 자금이 몰리게 된다. 우량기업 중에서도 지난 2020년 말 대비 현재 시가총액이 증가한 기업은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들이다. 이들은 평균 주당순자산비율(PBR)이 10배를 훌쩍 넘는다.
한 증권사 자기매매(PI) 담당자는 "성장성이 높고 안정적인 기업은 초고평가 부실기업은 초저평가 상태"라며 "실질적으로 국내 기업 중 가치를 고려해 투자할만한 대상은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산업 발전이 동반돼야 하는데 PF 리스크 등 시장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아 가치 왜곡에 따른 시장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lsk1106@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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