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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 자산운용사 CEO에 "상품 쏠림현상·베끼기 경쟁"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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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 자산운용사 CEO에 "상품 쏠림현상·베끼기 경쟁" 경고

이찬진 원장, 운용사 CEO 간담회서 쓴소리…TDF 규제 손본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서유석 금투협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7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서유석 금투협 회장(앞줄 왼쪽 일곱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자산운용사 CEO들을 상대로 일제히 쏟아지는 유사 상품과 출혈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투자자 최우선'이라는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강도 높은 감독이 이어질 것이란 경고다.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20개 운용사 수장들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모두발언에서 "단기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특정 테마로 상품이 쏠리거나, 서로 베끼는 과열 양상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원장은 "장기 투자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서조차 분산투자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당국이 반복해서 투자자 이익을 강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한 "수익만 좇는 전략으론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금감원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품 설계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투자자 관점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외 부동산펀드를 시작으로 상품 자체 검증을 강화하고, 투자 위험을 명확히 고지하도록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 모험자본 역할 강조…TDF·공모펀드 제도 정비


이 원장은 운용업계가 모험자본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스타트업 초기 단계부터 적극 지원해 K-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을 보태달라"고 주문했다.

금감원도 혁신 기업과 금융시장을 잇는 플랫폼 구축, 상품 인가 심사 개선 등 제도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일반 공모펀드에 대해선 "운용 차별화가 부족하고 운용사에 유리한 보수 체계 탓에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단기 유행에 편승한 상품 쏟아내기와 제살깎기식 경쟁엔 강도 높은 감독을 이어가겠다"고 재차 못박았다.

다만 창의적 혁신 상품은 적극 지원하고, TDF가 모범적인 장기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도록 인정 요건을 다듬을 방침이다. 공모펀드 보수 체계 합리화도 추진한다.

■ 스튜어드십 코드 점검 나서

이 원장은 운용사들이 '자본시장 파수꾼' 역할에 충실할 것도 주문했다. 의결권 행사가 기업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야 하고, 필요하면 투자 기업에 적극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운용사가 고객 이익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과 이행 실태 점검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동반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투자자 시선에서 상품을 만드는 방안을 새해 화두로 삼아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2026년을 '투자자보호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유석 금투협회장은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을 통해 모험자본 공급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장기 투자 세제 혜택이 펀드 투자자에게도 실질적으로 돌아가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장기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yjangmon@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