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3월 들어 미수금 반대매매 3200억 돌파…지정학적 리스크에 '빚투' 매물 압박

글로벌이코노믹

3월 들어 미수금 반대매매 3200억 돌파…지정학적 리스크에 '빚투' 매물 압박

월별 위탁자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 현황. 금액단위(억원).  그래프=정준범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월별 위탁자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 현황. 금액단위(억원). 그래프=정준범 기자
3월 들어 미국과 이란의 전쟁 가능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극도로 커진 가운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린 투자자들의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한때 6000선을 돌파하며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으나, 급격한 하락장에 대응하지 못한 '빚투(빚내서 투자)' 물량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며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16일 글로벌이코노믹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들어 미-이란 간의 물리적 충돌 사태로 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지난 13일 기준 3월의 위탁자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 금액이 32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년 사이 가장 큰 규모다. 지난해 5월 1067억원 수준까지 떨어졌던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특히 전쟁 여파가 본격화된 3월 들어 전년 동월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하며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5224포인트 수준이었던 코스피는 불과 한 달 만인 2월 27일 6244포인트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2월 28일 전쟁 발발 직후 지수는 5000선까지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W자형'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유지 선언과 국제유가의 배럴당 100달러 돌파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다.

문제는 증시가 고점을 찍을 당시 공격적으로 유입된 레버리지 투자 자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1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의 기초 체력보다 부채를 이용한 투자가 과도하게 쌓여 있는 상황에서 대외 악재가 터지자, 담보 부족 계좌들이 속출하며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증권계좌를 담보로 캐피탈사 등에서 자금을 빌리는 스탁론(연계신용) 이용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스탁론 잔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1조6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5월(1조2000억원)보다 4000억원 가량 늘어난 상태다. 스탁론은 본인 담보의 최대 3배까지 대출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으로, 주가 급락 시 원금 전부를 잃을 위험이 일반 신용거래보다 훨씬 높다.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스탁론 이용과 관련한 소비자 유의사항을 긴급 안내했다. 금감원은 "최근처럼 장중 급락이 빈번한 장세에서는 투자자가 적절히 대응할 틈도 없이 계좌평가 금액이 담보유지비율 미만으로 하락해 자동 반대매매가 실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담보유지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다음 영업일 오전에 강제 매도가 이뤄지지만, 스탁론은 장중 실시간으로 담보 임의처분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손실을 확정 짓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당국은 투자자들에게 다섯 가지 핵심 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먼저 본인의 위험 감내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지양하고, 스탁론 신청 시 매수불가 종목이나 반대매매 규칙 등 계약 사항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담보 부족 시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추가 자금원을 확보하고, HTS 등을 통해 실시간 담보비율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담보 부족 안내 문자를 놓치지 않도록 연락처 정보를 항상 최신화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스탁론 취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 시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는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를 이어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분간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의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수가 6000선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변동성 장세일수록 무리한 빚투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과도한 레버리지가 시장 하락기에 독이 되어 돌아오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3월의 역대급 반대매매 수치는 불확실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마주한 엄중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