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TSMC에 쏠림 심화…“다변화 기능 약화 우려”
이미지 확대보기신흥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상승 동력의 상당 부분이 소수 반도체 기업에 집중되면서 시장 구조 왜곡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 반도체 기업이 전체 상승을 주도하면서 신흥국 투자 본래의 분산 효과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MSCI 신흥국지수가 이달 들어 15% 이상 상승하며 지난 2월 고점을 넘어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S&P500 상승률(약 10%)을 웃도는 성과다.
이번 상승의 핵심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세 기업이 이달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 “신흥국 지수, 사실상 AI 테마화”
세 기업은 현재 MSCI 신흥국지수 내에서 약 4분의 1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대만과 한국 비중을 합치면 약 44%에 달해 지수 전체 흐름이 특정 산업과 지역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가 됐다.
TSMC는 이달에만 23% 이상 상승했고 삼성전자는 35%, SK하이닉스는 60% 넘게 급등했다. 이에 따라 대만 증시는 달러 기준 약 25% 상승하며 수십 년 만에 최고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고 코스피 역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인 약 24% 상승을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분산 투자 기능 약화”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집중 현상이 신흥국 투자 본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지수는 선진국 대비 다양한 성장 스토리에 분산 투자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왔지만 현재는 AI 테마에 크게 종속된 상태라는 지적이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은 “한국과 대만의 AI 관련 주식이 너무 빠르게 상승하면서 투자자들이 분산 효과를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JP모건프라이빗뱅크 역시 “이들 기업의 비중 확대는 신흥국 자산이 월가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갖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흥국 지수는 AI 열풍 이전보다 미국 기술주 흐름과 유사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겉으론 강세, 내부는 엇갈림
전체 지수 상승과 달리 일부 국가 증시는 여전히 부진하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중동 전쟁 여파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증시는 전쟁 이전 대비 16% 이상 하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3%, 인도 역시 약 9% 떨어진 상태다. 이는 신흥국 전체 상승이 광범위한 회복이 아니라 특정 산업 중심 반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기술주 외에도 에너지, 산업재, 유틸리티 등 11개 업종 중 7개가 상승세를 기록하며 상승 폭이 일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 “AI 호황이 만든 새로운 구조”
이번 랠리는 단순한 반등이 아니라 글로벌 자금 흐름 변화의 결과로 평가된다. 달러 약세와 상대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 그리고 AI 중심의 실적 개선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향후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경기 사이클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신흥국 증시는 ‘다양한 성장 스토리’에서 ‘AI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승세 자체보다 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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