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고물가 사태에 고금리 정책 공조…새해부터는 제갈길 간다

미국 언론 매체 악시오스는 14일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지난 2년간 글로벌 고물가 사태에 대응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리면서 공동보조를 취했으나 내년부터 서로 다른 길을 갈 것임을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ECB와 BOE가 연준처럼 금리 인하로 피벗을 단행하기를 꺼렸다고 전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 정책 결정 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새해 금리 인하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끝나진 않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언제부터 긴축을 되돌리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지에 대한 문제는 분명히 세계적으로 논의할 주제이고, 우리가 또한 논의할 주제"라고 말했다. 파월은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들여다볼 주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연준이 새해부터 통화 정책 기조를 긴축 완화에 둘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연준은 이날 올해 마지막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5.25∼5.50%로 동결했다. 연준은 9월, 11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 결정을 했다.
연준은 특히 내년 말 기준금리를 지금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내년에 세 차례 0.2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할 것임을 예고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ECB 이사들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해 금리 인하 기대를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았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가 경계를 늦춰야 할지 묻는다면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그 답이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해 "최근 수개월간 물가상승률이 둔화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재차 일시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이사회에서 기준금리는 연 4.5%로, 수신 금리와 한계대출금리는 각각 연 4.0%와 연 4.75%로 동결했다. ECB는 작년 7월부터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다가 지난 10월 처음으로 동결한 뒤 이번에도 그대로 동결 상태를 유지했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연이은 금리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올해 1월 10% 이상에서 낮추는 데 도움이 됐지만, 아직 갈 길이 멀고, 목표로 되돌아가는 데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방점을 찍었다. BOE가 향후 3년 내 금리를 연 4.25%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BOE는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로 동결했다고. 이는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BOE는 통화정책위원 9명 중 6명이 동결, 3명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냈다. BOE는 2021년 12월(0.1%)부터 14회 연속 금리를 올리다가 지난 9월부터 세 차례 연속 동결했다.
월가는 연준이 내년 3월부터 금리를 다시 내리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내년에 침체에 빠지지 않고, 연착륙할 가능성이 있으나 유로존과 영국은 침체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연준이 3월에 금리 인하에 착수하면 ECB와 BOE가 4월부터 금리 인하에 동참할 수 있다고 월가의 전문가들이 전망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