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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베트남, 美 관세 시행 전 수출 급증...후반기 둔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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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베트남, 美 관세 시행 전 수출 급증...후반기 둔화 우려

말레이시아 3월 대미 수출 51% 증가, 베트남 32% 급증
"휴가 취소하고 야근까지"...전문가들 "미래 수요 앞당긴 것...연간 실적은 불확실"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호혜적 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3월에 전년 동기 대비 거의 3분의 1 증가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호혜적 관세가 발표되기 전인 3월에 전년 동기 대비 거의 3분의 1 증가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혜적' 관세 발표를 앞두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미 수출을 급격히 늘렸지만, 이는 연말 미국의 수입 수요를 미리 앞당긴 것일 뿐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1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말레이시아의 3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226억 링깃(52억3000만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주로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 제품, 기계 및 고무 제품의 증가에 기인한다. 같은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9%, 일본이 3%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 증가율이 두드러진다.

베트남도 3월 대미 수출이 전년 대비 32% 증가한 118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4월 상반기 전체 글로벌 수출도 10% 성장하며 강세를 유지했다. 태국 역시 3월 수출이 사상 최고치인 29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대미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이러한 수출 급증은 트럼프 행정부가 4월 초 발표한 '호혜적' 관세를 앞두고 기업들이 선적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무역 흑자가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높은 관세 부과 대상국에 포함됐다.
베트남은 총 46%, 태국은 36%의 관세를 부과받게 됐다. 비록 대부분의 국가별 관세는 90일 동안 일시 중지됐지만, 현재 모든 국가 및 지역에서 수입되는 미국 수입품에는 10%의 균일한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는 서둘러야 한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제품은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빨리 끝내야 한다"고 아르마니, 보스, 자라 등을 고객으로 둔 미얀마의 핸드백 제조업체 BSK Fashion의 소유주 예로엔 헤름스는 말했다.

베트남 위탁 의류 제조업체 도니 가먼트의 설립자 겸 CEO인 팜 꽝 안은 회사가 신규 주문 접수를 중단하고 밀린 주문을 미국으로 배송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니는 7~8월로 예정됐던 계약의 납품을 앞당기고 있으며, 직원들은 휴가를 취소하고 밤늦게까지 초과 근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손이 부족해 추가 인력을 모집 중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수출 급증이 단순히 미래의 수요를 앞당긴 것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태국의 카시콘 리서치 센터는 최근 태국의 전 세계 수출에 대한 2025년 전망치를 2.5% 증가에서 0.5%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센터는 상호 관세로 인해 올해 하반기에 경기 둔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칩은 현재 새로운 관세의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이 칩에 대한 특정 부문별 관세를 검토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자국 반도체 수출의 60%가 미국으로 이뤄진다며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예상되는 미국의 경기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도네시아 무역부의 국제무역협상 국장 자트미코 브리스 위작소노는 자카르타가 유럽연합과 조만간 경제동반자협정을 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3월 대미 수출은 20% 증가해 월간 전체 수출이 3% 성장하는 데 기여했으며, 자카르타는 다른 파트너들과의 무역 확대를 통해 올해 7%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각국이 더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기업들은 90일의 일시 중단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제품을 선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 수출'은 결국 연말 수요 감소로 이어져 동남아 국가들의 연간 수출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