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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KAI KF-21, 인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복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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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KAI KF-21, 인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복병'으로

미·러 5세대 전투기 도입 난항…현실적 대안으로 급부상
엔진 공통성·현지 생산 강점…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 전투기.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 도입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엔진 공통성과 현지 생산 가능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F-21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KAI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 전투기. 인도가 미국과 러시아의 5세대 전투기 도입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엔진 공통성과 현지 생산 가능성,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KF-21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의 강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KAI
한국이 독자 개발한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인도의 다목적 전투기(MRFA) 도입 사업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F-35와 러시아의 Su-57 같은 5세대 전투기 도입이 정치, 기술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낡은 전투기 퇴역에 따른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인도가 가격 경쟁력과 확장성을 갖춘 한국산 전투기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3일(현지시각) 디펜스 블로그, 유라시안 타임스 등 국방 전문 매체들은 인도 공군(IAF)이 4.5세대와 5세대 전투기 도입을 저울질하며 KF-21 보라매를 잠재 후보로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KF-21이 미래 성장 잠재력은 물론, 인도가 힘써 추진하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과도 잘 맞는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인도 공군은 주력 기종이던 미그-21(MiG-21)과 재규어(Jaguar)의 퇴역으로 심각한 편대(squadron) 부족 사태를 맞았다. 공군 편대 규모는 현재 29개로, 목표인 42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중국이 J-20과 J-35A 두 종류의 5세대 스텔스기를 운용하고, 숙적인 파키스탄이 2026년에서 2027년까지 중국산 J-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을 추진하면서 인도의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거론되던 5세대기 도입은 최근 암초를 만났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는 최근 미국 측에 F-35 전투기를 구매할 뜻이 없다고 전달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시장 개방이 부족하다며 25%의 높은 관세를 매기고, 인도의 오랜 우방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두 나라 관계가 나빠진 탓이다. 인도 공군에서 퇴역한 아닐 초프라 원수는 F-35 도입설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공식 정보요청(RFI)이나 협상이 없었으므로 애초에 실질적인 제안이 아니었다"고 낮게 평가했다.
남은 선택지인 러시아의 Su-57 또한 처지가 녹록지 않다. 러시아 국영무기수출기업 로소보론엑스포르트는 Su-30MKI 현지 생산 시설을 활용한 공동 생산이라는 '황금 거래(golden deal)'를 제안했지만, 인도 측은 회의적인 태도다. 과거 Su-57 공동 개발 사업(FGFA)에 참여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초프라 원수는 "Su-57은 스텔스 성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뺐던 것"이라며 성능에 뿌리 깊은 의문을 드러냈다.

◇ 5세대기 대안 부재…"4.5세대로 공백 메워야"


유력한 5세대 대안들이 좌초 위기를 맞으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초프라 원수는 "미국은 과거 테하스 전투기용 GE-404 엔진 공급을 18개월이나 늦추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상대"라며 "외국산 5세대기 도입을 잠시 멈추고, 자국산 5세대 전투기(AMCA)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MCA가 전력화되는 2035년까지 그 공백을 메우려면 검증된 4.5세대 전투기가 전력을 지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KF-21 보라매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4.5세대 쌍발 다목적 전투기다. 능동 전자주사 배열(AESA) 레이더, 적외선 탐색 및 추적(IRST) 장비 등 최첨단 항전 장비를 갖췄으며, 최고 속도 마하 1.8, 작전반경 약 2,778km, 무장 탑재량 최대 7.7톤의 성능을 낸다. 2026년 대한민국 공군에 첫 물량이 인도될 예정이다.

◇ 엔진 공통성·기술 이전…인도 '맞춤 해결책'


특히 KF-21이 사용하는 F414 엔진은 인도가 개발하는 '테하스 Mk II'와 AMCA에 쓰일 엔진과 같은 계열이다. 만약 인도가 F414 엔진의 면허 생산에 나선다면, KF-21 도입 때 부품, 정비, 운용 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큰 장점을 갖는다. 또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에 따라 인도 현지에서 공동 생산할 수 있으며, 개방형 구조를 채택해 인도가 자체 개발한 '우탐(Uttam)' AESA 레이더나 '아스트라(Astra)' 공대공 미사일 같은 자국산 무기체계를 통합할 길도 열려있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KF-21의 대당 가격은 8700만 달러(약 1209억 원)에서 1억1000만 달러(약 1528억 원) 선으로, 경쟁 기종인 라팔, Su-57, F-35에 비해 낮다.

KF-21이 인도의 요구에 맞춘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엔진 통합 같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 수출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인도가 완전한 스텔스 기능이 갖춰질 블록 III 단계까지 기다리기보다, 초기형인 블록 II부터 차례로 도입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계약은 앞으로 제시될 기술 제공 수준, 인도 현지 산업 기여도, 가격 협상, 무장 꾸러미 구성 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