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그동안 중국 기업들이 추진해온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동남아 국가들의 관세율이 예상보다 높게 책정되자 중국 내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는 평균 30% 수준으로 낮춘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에는 10~40%의 관세를 새롭게 부과하면서 중국 제조업체들이 공급망 재편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 동남아 이전 ‘실익 줄어’…중국 복귀하는 기업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루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심각한 압박에 직면했다”며 “일부 기업은 더 먼 지역으로 이전을 고민하겠지만 많은 경우 중국으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국 푸젠성의 민위안신발은 최근 캄보디아에 두 번째 대규모 공장을 설립했지만 회사 관계자인 린쓰제는 “미국 고객사들이 주문을 망설이고 있다”며 “최근 관세의 영향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국 광둥성 둥관에 있는 장난감 업체 윈우드코프의 브라이언 챈 대표도 일부 생산을 인도네시아로 옮기는 협의를 시작했지만 “부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공급받아야 하고 생산 전체를 이전하면 오히려 비용이 늘어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관세는 오르고, 바이어들은 그 부담을 나눠지길 기대한다”며 “양쪽에서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캄보디아·베트남도 경쟁 격화”…中 원천기술 여전한 우위
이번 조치로 인해 동남아 국가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 취안저우에 본사를 두고 캄보디아에도 생산시설을 운영 중인 조명·선물 업체 비션기프트의 리 베라는 “캄보디아의 관세 19%는 중국보다는 유리하지만 이제는 베트남과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저장성에서 섬유 원단 수입 업무를 하는 나빈 자는 “첨단 직물이나 기술 기반 제품은 여전히 중국이 유일한 공급처”라며 “기술력을 따라올 나라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에 공장을 그대로 유지한 일부 제조업체는 되려 안도하고 있다. 둥관에서 4곳의 장난감 공장을 운영하는 자오펀은 “베트남에 진출한 동료 기업인들이 지금은 다들 후회하고 있다”며 “토지비용 상승, 비효율적인 노동력, 그리고 높아진 관세로 결국 손해만 봤다”고 전했다. 그는 “저가 제품에 부과된 관세는 미미하고, 미국 소비자 수요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며 “우리 제품에는 사실상 세금 인상 효과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 “관세 차이 크지 않으면 다시 중국으로”…무역 재편 관망세
벨기에에 본사를 둔 드래곤소싱의 리처드 라우브 대표는 “미국 바이어들이 처음엔 당황해 공급처를 바꾸려 했지만 지금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중국 관세가 30%, 멕시코가 20% 정도라면 아무도 생산지를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멕시코에 대한 25% ‘상호 관세’를 90일간 연장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중국과도 스톡홀름에서 열린 양자 무역협상에서 “건설적”이라는 평가를 주고받았다.
이번 관세 정책으로 미국은 싱가포르에 10%, 미얀마와 라오스에 40%를 부과했고 캄보디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에는 19%, 베트남에는 20%의 관세를 적용했다.
미국 가전업체 레이앤고의 아담 파재커리는 “캄보디아로 이전한 덕에 유연성과 물류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다음 주문부터는 관세 차이에 따라 다시 중국에서 생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