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집단 4개 늘어난 92곳 지정
'가상자산 호황' 두나무 재계 36위로 껑충
'10대 그룹' 중 롯데·농협 순위 상승
'가상자산 호황' 두나무 재계 36위로 껑충
'10대 그룹' 중 롯데·농협 순위 상승

지난해 대기업집단이던 금호아시아나는 한진그룹에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면서 지난 2월 대기업집단에서 제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은 92개로 지난해보다 4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라 불리는 공시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라 전년 말 기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지정해 통지한다. 92개 공시집단에 소속된 총 회사 수는 3301개로 작년보다 17개 줄어들었다.
공시집단 중 자산총액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11조6000억원)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상출집단)은 46개로 작년보다 2개 줄었다. 상출집단은 '상위 대기업'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한화, HD현대, 농협, GS 순으로 집계됐다.
삼성은 자산 589조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SK(363조원), 현대자동차(307조원), LG(186조원)가 뒤를 이으며 4대 그룹을 형성했다. 롯데는 토지자산 재평가로 자산이 증가하면서, 철강업 업황 악화 영향을 받은 포스코를 제치고 5위를 탈환했다.
GS는 10위로 한 계단 내려서며 농협과 순위를 바꿨다. GS는 유가 하락으로 관련 계열사 자산이 감소했지만, 농협은 예대마진 확대에 따라 자산이 증가했다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이번에 대기업으로 지정된 기업집단 소속 회사들은 이날부터 대규모기업집단 시책을 적용받는다.
공시집단은 공정거래법에 따른 대규모내부거래 의결 등 공시 의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 의무 등이 적용된다. 상출집단은 이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를 받는다.
가상자산 거래가 주력 사업인 집단의 약진이 눈에 띈다. 빗썸은 재계 90위로 처음으로 대기업 문턱을 넘어섰다. 두나무는 지난해 공시집단이었는데 올해는 36위로 17계단 상승해 상출집단에 올라섰다. 2022년 이후 3년 만에 상위 대기업에 복귀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말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가 활성화돼 고객 예치금이 증가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갈등 심화에 따른 각국 군비 증강으로 방위산업이 급격히 성장한 덕에 주요 방위산업회사를 계열사로 둔 회사도 몸집을 불렸다.

LIG(69위)는 처음으로 공시집단으로 지정됐다. 한화(7위)와 한국항공우주산업(62위)도 자산이 늘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운임 인상과 환율 상승에 이은 표시통화 환산이익 발생 등으로 자동차 운송 사업이 주력인 유코카캐리어스가 91위로 공시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해운업을 하는 HMM(20→17위)·장금상선(38→32위)도 같은 이유로 순위가 올랐다.
반면 보험업 주력 집단의 경우 자산이 감소하거나 재계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보험부채 할인율 인하로 보험계약부채가 증가(자본 감소)해 DB(35→40위)·교보생명보험(39→47위)·현대해상화재보험(68→81위)의 자산이 감소하고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지정에서 순위를 크게 높였던 에코프로는 계열사 주가 하락으로 자본이 줄어 8계단 떨어진 55위를 기록했다.
태영은 워크아웃에 따른 자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자산이 감소해 10계단 아래인 52위로 떨어졌다. 교보생명보험·에코프로·태영은 자산이 11조6000억원 이하로 떨어져 상출집단에서 공시집단으로 하향 지정됐다.
대형 인수·합병(M&A)도 순위 변동의 요인이었다. 한진은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완료해 자산이 19조1000억원 늘어 순위가 14위에서 12위로 올랐다.
한국앤컴퍼니그룹도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한온시스템 등 3개사를 인수하면서 자산이 11조1000억원 늘어 22계단 뛰어오른 27위가 됐다. 상출집단으로도 지정됐다.
사조 역시 인수에 따른 자산 증가로 88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공시집단에 지정됐다.
이 밖에 주택 건설업 등을 하는 대광(74위)이 임대주택건설사업자 관련 회계기준 변경으로 자산이 증가해 공시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번에 지정된 대상 집단에 대해 고도화된 분석을 통한 정보를 순차적으로 공개해 유용한 정보를 시장참여자에게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시장 감시가 강화되고 기업집단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이 유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