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만 상품전략연구소장

이탈리아 '일폴리오(Il Foglio)'는 최근 AI가 기사를 작성하고, 제목을 달며, 편집까지 맡은 특별호 일폴리오 AI를 발행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100% AI가 만든 신문으로, 미디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기회를 열지만, AI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지, AI가 만든 뉴스의 신뢰성, 그리고 AI 언론이 정치적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중요한 질문이다. AI가 주도하는 저널리즘이 언론의 독립성과 신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이제 그 논의가 필요하다.
AI가 기자를 대체할 수 있을까
AI는 사실 기반 기사 작성, 기계적 편집, 데이터 분석에서 인간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하지만 탐사보도, 인터뷰, 현장 취재처럼 인간의 통찰력이 필요한 영역은 AI가 넘보기 어렵다. 가디언 분석에 따르면, AI 신문에는 "직접 취재원의 인용이 없었다." 이는 AI가 취재 현장에서 사람과 소통하며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는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AI의 정보력, 예측력, 분석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결국 기자의 역할은 단순한 기사 작성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고 보도할지 결정하는 ‘게이트키핑’에 달려 있다. 미디어의 속도는 점점 기술에 의해 지배될 가능성이 크다. 메타, 엔비디아, 유튜브, 넷플릭스, 화웨이,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들 모두 AI 기반 미디어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AI 언론, 정치 권력과 자본이 장악해선 안돼
AI가 뉴스 제작과 편집을 주도하면 정치 권력자가 이를 악용할 위험이 커진다. 특정 정당이나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기사만 생성되면 뉴스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정보의 왜곡이 심화될 수 있다.
기존 언론 통제 방식은 검열, 광고 압박, 소송 등이었지만, AI 기반 뉴스 장악은 훨씬 정교하다. AI는 뉴스 소비 패턴을 분석해 원하는 방향으로 정보 흐름을 조정할 수 있다. 국민들이 특정한 시각만 접하게 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반도체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나, AI 기술을 독점할 수 있는 자본가들이 언론까지 지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언론 노조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자본에 맞설 수 있는 언론의 양심이 남아 있을까? 결국 언론의 기본 정신을 지키는 것이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AI 미디어의 미래
앞으로 AI가 더 정교해지면, 단순한 기사 생산을 넘어 독자 맞춤형 뉴스, AI가 직접 진행하는 뉴스 프로그램, 자동 생성되는 오피니언 페이지까지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비용 절감을 선호할 것이고, 뉴스 소비자들도 빠르고 간결한 뉴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널리즘의 본질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적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있다. AI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결국 AI가 신문을 만들 수는 있지만, 언론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윤리를 AI에게 맡길 수는 없다. AI 시대에도 인간 기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AI가 새로운 저널리즘 도구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뉴스의 본질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지는 앞으로의 미디어 환경이 결정할 문제다.
AI 언론 통제는 더 위험
전통적인 언론 통제 방식은 검열, 광고 압박, 소송 같은 수단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AI 기반 언론 장악은 훨씬 더 은밀하고 정교하게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AI가 자동으로 뉴스 기사를 생성하고 배포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특정 정권이나 정치 세력이 원하는 방식으로 뉴스의 방향을 조정할 수 있다.
특히 AI는 뉴스 소비자의 성향을 분석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권력자가 AI를 활용해 특정한 뉴스만 보이게 하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을 강화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어려워지고, 정치적으로 조작된 정보만 접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AI 시대, 언론의 투명성이 필수
AI가 언론의 일부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AI 뉴스 제작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지, 어떤 기준으로 뉴스를 편집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또한 정치권이 AI 언론을 직접 운영하거나 개입하지 못하도록 독립적인 운영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AI는 인간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민주주의를 위한 언론의 본질을 대체할 수 없다. 정치 권력이 AI 언론을 장악하는 순간, 정보는 무기가 되고 국민의 알 권리는 무너진다. AI 시대에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AI가 생성한 뉴스가 사실 검증 과정을 거쳤는지, 특정한 의도를 담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 언론의 편집 과정에 대한 외부 감시 기구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AI가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저널리즘의 가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AI가 언론에 도입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윤리적 기준과 감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AI 뉴스 제작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하는지, 어떤 알고리즘으로 기사를 작성하는지 공개해야 한다. 인간 기자와의 협업도 중요하다. AI는 기사 작성을 보조하는 역할을 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편집권은 인간 기자가 행사해야 한다.
AI의 편향성을 검토하는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AI가 정치적, 경제적 편향성을 가지지 않도록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 또한 AI 언론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AI 기반 뉴스 시스템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
AI는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AI 언론이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거나 특정 이익집단에 의해 왜곡된다면, 저널리즘의 본질이 무너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에도 언론의 핵심 가치는 ‘진실을 밝히는 힘’에 있다. 인간 기자의 역할과 저널리즘의 윤리를 어떻게 지켜나갈지가 AI 시대 언론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