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해외 원조 중단으로 980억 원 상당 구호물자 유통 끊겨

로이터 통신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소식통 5명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지난 1월 세계 원조 프로그램을 줄이기로 결정한 뒤 약 6만6000톤의 식량이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창고 4곳에 묶여 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오는 7월 유통 기한이 끝나면 태우거나 동물 먹이로 바꾸는 등의 방식으로 버릴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 2명이 밝혔다.
국무부 대변인은 창고에 보관된 식량 원조 중 만료일이 가까운 것이 얼마나 있는지, 버릴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 국제개발처는 유통 기한이 지나기 전에 비상 프로그램에 쓸 수 있도록 창고를 미리 배치하고 있다"고 고만 말했다.
◇ 가자·수단 등 기근 지역 보낼 물자도 창고에 묶여
보도에 따르면 지부티, 남아프리카공화국, 두바이, 휴스턴에 있는 창고에는 미국 농부와 제조업체에서 가져온 식량이 보관돼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재고 목록에는 고에너지 비스킷, 식물성 기름, 강화 곡물 등 6만 6000톤 넘는 물품이 들어 있으며, 이들 물자 값은 9800만 달러(약 1372억 원) 넘는 것으로, 원조 관계자가 나눈 문서와 미국 정부 소식통이 확인했다.
세계식량계획(WFP) 수치를 바탕으로 로이터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 식량으로 100만 명 이상이 3개월간 먹을 수 있고, 가자지구 전체 주민이 한 달 반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소식통들은 트럼프 정부가 가자지구와 수단 등 일부 인도주의 프로그램 예외를 발표했지만, 계약이 취소되고 공급업체와 계약업체에 지불할 자금이 묶이면서 식량 재고가 창고에 갇혔다고 전했다.
전직 USAID 관계자는 두바이 창고에 보관된 약 500톤의 고에너지 비스킷이 오는 7월에 만료되며, 이는 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 최소 2만7000명을 한 달간 먹일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인도주의 원조 공여국으로, 유엔이 기록한 모든 원조 공여금의 최소 38%를 차지한다. 지난해에는 610억 달러(약 85조4300억 원)의 해외 원조를 제공했으며, 이 중 절반 넘게 USAID를 통해 이뤄졌다.
미국의 식량 원조에는 고에너지 비스킷과 땅콩 기반 즉석 사용 치료식품(RUTF)이 들어간다. 미국에 본사를 둔 RUTF 제조업체 에데시아의 설립자 네이빈 살렘은 "USAID의 운송 계약이 끝나 큰 적체가 생겨 자체 생산품을 보관할 추가 창고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며 "그 결과 1300만 달러(약 182억 원) 상당의 5000톤이 쌓여 48만4000명 넘는 어린이를 먹일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유엔 아동기구 유니세프(UNICEF)는 자금이 줄어 17개국에서 RUTF 재고가 부족해, 심한 영양실조를 앓는 2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이런 중요한 물품 없이 지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의 영양 담당 이사 자넷 베일리는 "입원 환자 안정화 센터에 있는 어린이가 더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없으면 그 어린이의 60% 넘게 매우 빨리 죽을 위험에 처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비영리단체 액션 어게인스트 헝거는 지난달 미국의 삭감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프로그램 입학을 중단한 뒤 최소 6명의 어린이가 죽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USAID는 오는 7월 1일과 9월 2일 두 차례에 걸쳐 거의 모든 직원을 내보낼 계획이다. 전직 USAID 소식통 2명은 창고를 관리하거나 물자를 옮기는 데 필요한 많은 핵심 인력이 7월에 떠날 것이라고 전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