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관세 철회 합의로 일시적 진정을 보였던 무역전쟁이 재점화될 경우 미국 경제 회복세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CNN이 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진행했으며 이번 통화는 최근 미국 정부가 중국을 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간 가운데 이뤄졌다.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통화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중국 관영매체는 이 사실을 보도했다. CNN은 이번 통화 결과에 따라 미·중 갈등이 진정될지 여부가 갈림길에 서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시진핑은 협상하기 매우 어려운 인물”이라며 “중국은 완전히 합의를 어겼다. 내가 NICE GUY 역할을 하며 빠른 협상을 성사시켜 위기를 피하게 해줬지만 이제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밝히며 대중 강경 노선을 재확인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중국의 국가 기술기업 화웨이가 생산한 인공지능(AI) 칩 사용을 미국 기업에 경고했으며 반도체 설계용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도 중단했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는 일부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대거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는 지난 2일 낸 성명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경제·무역 마찰을 조장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양국은 서로에 부과한 고율 관세를 대폭 철회하기로 합의해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전의 관세 수준은 지속 불가능하다”며 “재격화를 막기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추가 제재를 예고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인상한 데 이어 10% 기본 관세도 유지하면서 미국의 실질 관세율이 10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 지표는 일견 긍정적이다. 4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는 2.3% 상승했고 연준이 선호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물가 상승률도 2.1%로 안정세를 보였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Now 모델은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연율 기준 4.6%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1분기 -0.2%에서 대폭 반등한 수치다. GDPNow 모델은 분기 중에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해당 분기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예측하는 도구다.
그러나 경기 침체 조짐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4만7000건으로 예상치를 웃돌았고 대규모 해고도 증가했다. 구직지원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5월 미국 기업들이 9만4000명 해고를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어난 규모다. 소비 지출 증가율도 4월에는 0.2%로 둔화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가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과 관세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아직 실제 데이터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회복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다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분위기가 지속되면 소비자 심리와 기업 투자에 악영향을 주며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