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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FPV 넘어 AI 드론까지…러-우크라, '드론 군비 경쟁'에 국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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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FPV 넘어 AI 드론까지…러-우크라, '드론 군비 경쟁'에 국운 걸었다

저가 드론이 러시아 포병 전력 무력화…전쟁 양상 뒤바꾼 '게임 체인저'
이란·북한까지 가세한 생산 경쟁 속 미국의 '지원 0달러'…서방 연대 균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치열한 군비 경쟁 속에서 드론 생산과 혁신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bne 인텔리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치열한 군비 경쟁 속에서 드론 생산과 혁신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진=bne 인텔리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을 중심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1인칭 시점(FPV) 드론이 2024년부터 전장의 주력 무기로 떠오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은 드론 생산과 기술 혁신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드론은 이제 방어 무기를 넘어 러시아 영토 깊은 곳까지 타격하는 공격 무기로 진화했으며, 양국 간 치열한 '드론 군비 경쟁'이 본격화했다고 BNE 인텔리뉴스가 지난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포병 전력에서 압도 우위를 점해온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포탄 한 발을 쏠 때 5~10발을 퍼부으며 공세를 이어왔다. 드론의 등장은 이러한 공식을 무너뜨리며 러시아군의 발목을 잡았다. 러시아군이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무력화하고 보병을 투입하려 해도, 무인지대로 들어서는 순간 우크라이나의 '수색-격멸 드론 조'에 격멸당하기 일쑤여서 진격 속도가 크게 둔화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러시아는 하루 1000명에서 1500명에 이르는 막대한 인명 손실을 보고 있다.

◇ "연간 수백만 대"…끝없는 물량 경쟁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양측은 드론 생산량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데 힘을 쏟았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량은 지난해 500% 급증해 해마다 10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반코바)은 "올해 250만 대 생산 궤도에 올랐으며, 자금과 수출 규제가 풀리면 해마다 1000만 대 생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도 물량 공세에 나섰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올해 200만 대의 드론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현재 러시아 드론이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 AI 탑재, 사거리 무제한…진화하는 '킬러 드론'


양적 경쟁을 넘어선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는 상업용 드론에 수류탄을 다는 방식으로 우위를 점했지만, 러시아는 곧바로 드론 조종 신호를 교란하는 전자전(EW)으로 맞불을 놨다. 우크라이나가 주파수 전환 기능으로 이를 회피하자, 러시아는 전파 방해가 불가능한 광섬유 제어선을 도입하며 다시 앞서나갔다.

최근 기술 경쟁은 인공지능(AI) 탑재로 정점을 찍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6월 1일 '거미줄 작전'에 투입한 드론은 AI의 지원을 받아 통신이 끊겨도 스스로 목표물을 찾아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이 드론을 트럭으로 운송했다는 점은 사거리 제약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뜻한다. 이 공격으로 러시아는 시베리아와 크림반도 등 군사 지역 내 모든 트럭을 불시 검문하면서 심각한 물류 차질을 빚었다. 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750km 떨어진 아나디리 공군기지 등에 Tu-160 전략폭격기를 분산 배치하며 대응했다.

◇ 이란·북한·중국 對 서방…보이지 않는 '지원 전쟁'


드론과 함께 미사일 개발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흑해 함대 기함을 격침시킨 넵튠 미사일, 모스크바 타격이 가능한 팔랴니차 등을 개발하며 맹추격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 발렌틴 바드락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는 '400kg이 넘는 탄두를 싣고 약 300km를 비행하는 신형 탄도미사일'의 양산을 시작했다.

군비 경쟁은 각국 동맹 세력의 대리전 양상으로도 번지고 있다. 미국과 튀르키예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술 발전에 기여한 반면, 러시아는 이란제 샤헤드 '카미카제' 드론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생산하며 중국에서 이중용도 기술과 부품을 공급받는다. 북한은 152mm 포탄 공급을 두 배 이상 늘리고 140mm 박격포와 1만 명이 넘는 병력을 지원하는 등 러시아의 핵심 조력자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드론 생산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고성능 미사일과 첨단 기술은 여전히 서방 지원에 의존한다. '덴마크 모델'에 따라 방위 산업의 자국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짧은 기간에는 서방의 지원이 절실하다. 그러나 최근 기류는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4일 열린 제28차 람슈타인 회의에서 미국은 '0달러'를 제시하며 군사 지원을 중단했다.

영국은 3억5000만 파운드, 독일은 50억 유로, 네덜란드는 4억 유로, 벨기에는 10억 유로, 노르웨이는 7억 달러, 캐나다는 4500만 달러, 스웨덴은 4억4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현재 러시아는 미국, EU, 우크라이나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지원 중단과 러시아의 압도적인 생산 능력 앞에 우크라이나의 자주국방 노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