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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면교사' 부동산 정책, 규제 일변도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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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반면교사' 부동산 정책, 규제 일변도 지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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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지금이라도 사야 하나요?" 마땅한 답을 줄 순 없었다. "시장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반문밖에 할 수 없었다. 이 지인은 다음 날 연차를 내고 은행을 찾아 대출 상담을 했다는 후문을 들었다. 정부가 '6·27 주담대 대출 규제'를 발표하자 국민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주위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집을 사는 것은 이제 불가능한 게 아닌가"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6억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초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부동산 규제다. 규제의 핵심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최대한도 6억 원 설정이다. 과도한 대출을 막고 실수요가 아닌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정부가 초강력 규제책을 내놓은 것은 서울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가 비강남권까지 확산하며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장 금융기관은 비대면 대출을 중단했다. 금융기관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대면 대출만 가능한데, 이마저 대출 승인은 쉽지 않게 됐다. 규제 조치 초기인 만큼 금융기관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탓이다. 실제 이번 규제로 서울 아파트의 74%가량이 대출액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 같은 규제로 소득이 뒷받침돼 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받더라도 종전보다 대출액이 평균 4억 원 이상 줄면서 8억6000만 원 이상의 현금을 쥐고 있어야 서울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민이나 중산층 중에서 현금 8억 원 정도를 손에 쥐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 대출이 어려워지며 소득이 높은 전문직이나 현금 부자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강남 아파트값 급등세를 잡겠다고 한 조치가 서민과 중산층의 내 집 마련 꿈마저 잡지 않을 까 우려된다. 상당수 국민들은 집을 사는 것을 희망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4∼18일 직방 모바일 앱 접속자 524명을 대상으로 향후 1년 동안의 부동산 거래 의향을 물은 결과 '매입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3.1%로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집을 살 의향이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초강력 대출 규제로 당분간 수도권 주택시장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선 중개업소에는 지난달 27일 당일 대출 신청을 위해 가계약을 정계약으로 돌리거나 토지거래허가 신청서로 대출 약정을 받으려는 가계약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을 뿐 신규 매수 문의는 뚝 끊겼다고 한다.

물론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조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실수요자나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급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은 일시적인 처방일 수밖에 없다. 풍선효과로 인해 시장은 어떻게든 움직인다. 서울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낮은 곳으로 매입 희망자들이 몰릴 수 있다. 그곳의 부동산값이 오른다면 그땐 어떤 처방을 내놓을 것인가? 또 다른 강력한 규제를 마련할 수밖에 없다. '규제'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더 이상 이어가서는 안 된다. 과거 정권의 부동산 규제로 인한 시장 혼란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규제를 내놓기 전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공급과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유인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inryu0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