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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출 선방했지만…상호·품목별 관세 예고에 불안감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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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수출 선방했지만…상호·품목별 관세 예고에 불안감 ‘여전’

1~4월 대미 자동차 수출액 감소…경쟁국보다 높은 상호관세율 적용 시 가격경쟁력 감소 우려
반도체 분야, 상호관세서 제외됐지만 안심할 수 없어…美, 스마트폰과 동일 정책 취할 가능성
1일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1일 경기도 평택항 자동차 전용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발 관세부과와 어려운 정치상황으로 인해 올해 상반기 한국의 수출 전선이 역성장한 데 이어 하반기에도 여전히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수출을 이끌고 있는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 유예됐던 25% 상호관세와 반도체 분야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가 시행될 경우 하반기 수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 주부터 부과될 25%의 상호관세가 국내 자동차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무역협회가 발표한 '트럼프 1기 이후 미국 수입시장 수출경합 구조 변화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월 한국·멕시코·캐나다·일본·독일 등 주요 대미 자동차 수출국의 점유율은 작년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부품 품목관세 25%를 부과하면서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국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억3000만 달러가 감소했다. 문제는 국가별 상호관세율 차이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면서 대미 자동차 수출 분야에서 경쟁국인 일본(24%)과 독일(20%)은 우리보다 낮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에서 유리하다. 이는 대미 수출 효자 품목인 자동차 분야의 하반기 수출 여건이 밝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사인을 남긴 모습.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사인을 남긴 모습.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월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분야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반도체 분야는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면서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제품 등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아직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공지능(AI)으로 반도체 수출이 계속 유지되고 있지만 관세가 부과될 경우 상황이 언제든 변할 수 있다”면서 “관세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대로 지난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2025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상반기 견고했던 반도체 수출이 하반기에는 5.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스마트폰 분야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미국의 향후 정책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스마트폰 분야에 대해 "우리는 6월 말까지 그것(관세 부과)을 적절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아직 스마트폰에 대한 관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애플 등 미국 기업의 피해도 우려되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제품의 주요 고객사도 대부분 미국 빅테크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정책도 스마트폰과 동일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휘둘리는 것보다는 근원적인 제품 경쟁력 확보나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규원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상호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생산 거점의 다변화와 생산 비용 절감을 통해 과세 기준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 내 생산이 어렵거나 대체 가능성이 낮은 품목 중심으로 수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