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산업 통폐합·쿼터제로 세계 희토류 90% 장악… 강력한 외교 지렛대 확보
수출길 막힌 자국 자석업계는 '이중고'…"회복 더딜 것, 산업 재편 가속화" 전망
수출길 막힌 자국 자석업계는 '이중고'…"회복 더딜 것, 산업 재편 가속화" 전망

올해 4월 중국이 새로운 희토류 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두 달도 안 돼 세계 자동차 업계는 부품 부족 사태를 맞았고 일부 기업은 생산 라인을 멈춰 세워야 했다. 이런 수출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지만, 정작 중국 내 관련 기업들에는 취약한 내수 경제와 맞물려 큰 골칫거리다. 2010년 일본과 외교 분쟁 당시에는 국내 밀수 문제로 수출 제한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 불법 만연했던 산업, 15년 만에 국가 통제 속으로
중국 정부가 희토류 산업 고강도 정비에 나선 것은 약 15년 전이다. 당시 수백 개에 달했던 채굴·가공업체는 통폐합을 거듭해 2013년 10개사로 줄었고, 현재는 '중국희토그룹'과 '중국북방희토그룹 하이테크'라는 국영기업 두 곳만이 사실상 모든 채굴을 맡고 있다. 세계 희토류 처리 능력 90%를 차지하는 산업 구조가 국가의 완벽한 통제 아래 들어간 셈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무허가 채굴업자들이 캐낸 희토류 광석이 불법 분리 시설로 흘러 들어갔고, 완제품은 다른 품목으로 위장돼 해외로 밀수출되는 일이 공공연했다. 2014년 한 해에만 4만 톤에 이르는 희토류 산화물이 밀수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당시 공식 수출량의 1.5배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었다.
◇ 수출 통제의 역풍, 고통받는 자석 업계
다만 채굴·정제 부문과 달리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들은 진룽 영구자석, 닝보윈성 등을 포함해 여전히 수십 개가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희생양이 된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가 미국 관세에 보복하고자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하면서, 이들 기업은 수출길 막힘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공개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중국의 11개 주요 상장 자석 생산업체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18%에서 50%에 이르렀다. 하지만 수출 통제 조치 이후 두 달간 자석 수출은 75%나 급감했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한 자석 생산업체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수출 사업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으며, 중소 생산업체들은 4~5월에 생산량을 약 15% 줄였다.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아거스(Argus)의 엘리 사클라트발라 수석 분석가는 "자석 업체들은 수출 중단과 내수 부진 양쪽에서 압박받고 있다"며 "언제 회복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 중요한 고객 기반을 일시적으로 잃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6월부터 자석 부문에도 거래 추적 시스템을 도입, 기업들에 고객 정보와 거래량을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며 전체 공급망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 공급 재개 합의에도…"과거 사례 볼 때 회복 더딜 것"
지난 6월 27일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공급 재개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시장은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국영 무역 창구인 바오터우 희토류 상품 거래소는 합의 발표 직후 "어떤 합의든 이행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창고에 재고가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고객을 위해 맞춤 제작하는 자석 제품의 특성상, 수출 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내수 시장에서 다른 구매자를 찾기 어려워 재고 부담만 커지고 있다.
상품 컨설팅 회사 트리비움 차이나의 코리 콤스 수석은 수출 통제 발표 이후 급락했던 자석 제조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반등한 것을 두고 "타당한 미래 예측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과거 게르마늄, 안티모니 같은 다른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의 수출 통제 사례를 보면 단기간 내 정상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아거스의 사클라트발라 수석 분석가는 "다른 핵심 광물 사례에서 보듯, 수출이 재개되고 정상화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으로 향하는 중국산 안티모니 수출량은 통제 이전과 비교해 극히 일부에 그치며, 자동차 납축전지 제조업체들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 고통의 역설… 통제 강화가 산업 통합 부추길 수도
중국은 산업 구조조정, 생산 할당제, 공급망 추적, 기술 수출 통제 같은 다각적 정책으로 불법 유통을 막고 국영기업 중심의 공급 구조를 세웠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희토류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데이비드 에이브러햄 교수는 "이런 압박이 수백 개 제조업체가 있는 산업에서 통합을 촉발할 수 있다"며 "추가 통합은 자원 흐름을 통제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베이징이 이를 나쁘게 보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통제 강화가 낳은 시장의 고통이 역설적이게도 산업 전체를 국가의 손아귀에 더욱 강하게 쥐여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