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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디지털 혁신과 현실감각의 간격, 한성숙 후보자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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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근의 단상] 디지털 혁신과 현실감각의 간격, 한성숙 후보자를 둘러싼 기대와 우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이미지 확대보기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
이재명 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인 한성숙 네이버 고문은 벤처 1세대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그의 네이버 대표 시절 디지털 전환과 상생협력의 경험에 큰 기대를 보냈다. 소공연은 “성장 사다리를 다시 세울 적임자”라며 기대와 환영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그의 지명을 두고, 공정성 논란과 인사 유착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 출신 장관 임명은 포털과 정부 간 전략적 야합으로 비칠 수 있다”며 즉각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야 간 대립은 격화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한성숙 후보자는 즉시 네이버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취임하면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겠다”며 모든 네이버 주식과 모친이 보유한 현대차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중기부 장관 후보 중 최대 규모의 자산으로도 화제가 됐다.

그의 재산은 약 182억 원에 이르며 스톡옵션을 모두 포함하면 440억 원을 넘는다고 한다. 한 후보자는 “이 자산은 네이버 대표 재임 중 성과로 얻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디지털 전문가를 중용하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05년 엠파스 재직 시절 음란물 유포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은 여전히 도덕성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다. 일부 언론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고 강하게 비판했으며, 다른 쪽에서는 “당시 업계 관행과 책임 소재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이번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디지털 혁신과 실무형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신속한 인준을 요구한다. 야당은 “철저한 검증 없이는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면서, 송곳 검증을 예고하며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단순 정책 집행자가 아니라, 수많은 약자의 생존을 뒷받침해야 하는 자리라고 본다. 빵집 사장의 고충과 지방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공감하며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현실감각이야말로 이 직책의 핵심적 자질이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논란이 크다.

그가 이끌 부처는 대기업이 아니라, 전국의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모인 복잡한 생태계이다. 이들은 첨단 데이터보다 현장 경험과 수요자 반응에 더 의지한다. 한 후보자가 가진 글로벌 IT 경영 역량과 이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격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필자는 눈높이의 차이는 단순 소통 문제가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에, 이 간격을 해소하지 못하면 정책은 현장에서 겉돌며 실효성을 잃게 된다고 본다.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초단시간 근로자 주휴수당과 유급휴가 확대 방안은 현장의 반발을 키우고 있다. 하루 3시간, 주 3일만 근무해도 주휴수당이 지급되면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용 축소나 영업 중단을 고민한다. 사장이 더 오래 일해도 직원보다 적게 버는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불만이다.

정부는 노동권 확대를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장사를 접으라는 통보’라고 반발한다. 최저임금 논의도 노동계의 14% 인상 요구와 사용자 측의 동결 입장이 맞서며 협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영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예산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늘었지만 단순한 지원금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상품 경쟁력, 경영 자문, 디지털 전환, 판로 개척이 융합해야 한다. 정부는 정책이 현장에서 실질적 효과를 내도록 꼼꼼하게 설계하고 계속해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한 후보자가 가진 디지털 혁신 경험은 분명 강점이라 본다. 하지만, 그것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언어로 바꿔내는 역량이 최대 관건이다. 공직의 자격은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에서 최종적으로 판가름 난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실근 (사)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