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밸런싱 1년에 부채비율 감축 성과
2026년 80조원 재원 마련에 탄력 받아
다음 재편에 이목…SK온·엔무브 합병설도
"AI전환 리스크 작아…AI 투자 집중 속도"
2026년 80조원 재원 마련에 탄력 받아
다음 재편에 이목…SK온·엔무브 합병설도
"AI전환 리스크 작아…AI 투자 집중 속도"

SK그룹이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둔 미래 투자를 위해 계열사를 정리하고 주력 사업 위주로 구조를 재편하는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계열사 인수합병과 매각을 진행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면서 그룹 전체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통신 인프라와 반도체로 AI 사업 토대를 갖춘 만큼 수익성이 부진한 사업 정리에 더 속도를 내야 ‘AI 기업 전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재무 구조 강화와 사업 운영 개선(OI)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연례 행사인 SK 경영전략회의에서 2026년까지 재원 80조원 확보를 목표로 세우고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최적화, 시너지 제고 등을 해나가기로 했다.
리밸런싱의 가시적 성과는 순차입금과 부채비율 감축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말 134%를 기록했던 SK그룹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18%로 약 14%포인트(P) 줄었다. 순차입금은 83조원에서 75조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시킨 데 이어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해 석유화학과 전력, 배터리 등을 포괄하는 기업으로 재탄생했다. SK렌터카와 SK스페셜티 지분 매각 등 계열사 지분과 사업도 정리했다. 올해도 SK에코플랜트가 자회사 4곳 추가로 편입하고, SK브로드밴드가 SK C&C의 판교 데이터를 인수했다.
이 같은 성과로 SK그룹의 다음 리밸런싱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배터리 기업 SK온과 윤활유 기업 SK엔무브 간 ‘합병설’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 유동화 추진이 거론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70%를 보유한 SK엔무브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가 철회하고 지난달 나머지 지분을 인수했다. 전동화가 미래 에너지 사업의 핵심 먹거리로 꼽힌다는 점에서 두 기업의 합병이 재무 개선 뿐만 아니라 사업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은 25일 공시를 통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SK그룹의 AI 사업이 탄력을 받은 만큼 그룹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D램 등 반도체 공급망 우위에 더해 오랜 정보통신(IT)과 에너지 사업 경험을 갖췄다는 점에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SK그룹은 반도체와 IT 사업을 기반으로 AI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다”며 “다른 그룹사에 비해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를 내고 있어 비주력 사업 정리와 유망 분야 투자 집중이 어느 때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