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생산 투자 확대한 제약사들은 충격 완화...아시아 시장 불확실성 여전

CNBC와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유럽 등의 주요 제약사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이후 미국 내 생산 확대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명해 온 점이 상대적으로 유럽의 충격이 크지 않았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날 유럽 증시에서 제약주를 추종하는 스톡스 유럽 전체 시장 제약 업종 지수에서 2% 이상 하락한 종목은 세 종목에 불과했다.
전체 40여 개 기업 가운데 스위스 노바티스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을 포함한 10여 개 기업은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신설하는 기업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이는 실제로 미국 공장 건설이 착공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상대적으로 선방한 종목들은 향후 수년간 미국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이다.
머크, 노보 노디스크 및 일라이 릴리 등은 지난 2023년 이후 각각 델라웨어,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에서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지난 7월 미국 시장에 2030년까지 5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미국에 500억 달러(약 70조 원)를 투자해 1만2000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노바티스도 향후 수년간 미국에 2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미즈호증권의 제로드 홀츠 헬스케어 전문가는 투자자 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직설적이지만, 실제 영향은 모호하거나 미미할 수 있다”면서 “주요 제약사들은 모두 일정 부분 미국 내 생산 기반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현지 제조와 직접 연계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니콜 고턴-카라텔리와 메바 쿠쟁 이코노미스트는 새 관세가 미국 제약 수입 약 2200억 달러에 영향을 미치고, 평균 관세율을 3.3%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안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발표된 가운데 어떤 생산자가 영향을 받을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무역 협정을 맺은 국가나 지역이 이번 관세를 피할 수 있을지 등 상당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과 체결한 무역 기본 협정에 따라 제약·반도체·목재 수출품에 대한 관세가 15%를 넘지 않도록 합의했다고 밝혔다.
새로 도입되는 미국의 100% 관세가 아시아 제약사들에 미칠 충격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제약 관련 주가 하락 폭이 유럽보다 더 뚜렷했던 가운데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즈 루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다수의 아시아 제약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규 관세로부터 일정 부분 구제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시아는 미국 제약 수입액의 20% 이상을 공급하고 있어, 겉으로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상업적 타격이 될 것처럼 보인다”면서 “그러나 미국이 특정 제품군에 대한 보호조치를 곧 추가로 발표해 실질적인 관세 부담을 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과 연관이 있는 일부 대형 바이오 업체들은 이미 현지 위탁 생산 등 대안을 모색해 놓은 상태”라며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