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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국가행사로 예식 취소…초고가 웨딩 견적·계약 조항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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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호텔, 국가행사로 예식 취소…초고가 웨딩 견적·계약 조항 ‘의문'

신라호텔, 국가행사로 일부 웨딩 취소
예식비 전액 보상했지만 계약 불안 남아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신라호텔 내 중연회장 영빈관. 사진=호텔신라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 중구 장충동에 위치한 서울신라호텔 내 중연회장 영빈관. 사진=호텔신라
오는 11월 초 국가행사 개최로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예정된 일부 결혼식이 취소·조정됐다. 호텔 측은 해당 고객들에게 예식 비용 전액을 보상하고 새로운 일정을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억대에 달하는 웨딩 비용 구조와 향후 계약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 우려도 제기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신라호텔 웨딩 견적은 다이너스티홀(300명 기준)의 경우 금요일 약 7000만 원, 토요일 1억1000만 원, 일요일은 1억 원대 초반 수준이다. 영빈관(250명 기준) 역시 금요일은 9000만 원대 중반, 주말은 1억1000만 원 안팎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꽃 장식과 연출 등 부대비용이 더해지면 최소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 추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호텔 웨딩은 기본 금액에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항목이 붙는 방식이라 최종 비용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1인 식대는 프렌치·중식 중 선택이 가능하며, 메뉴에 따라 20만~25만 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서울 시내 일반 웨딩홀의 경우 대관료는 수백만 원대, 식대는 1인당 3만~8만 원대가 일반적이다. 일부 중상급 웨딩홀도 10만 원 안팎에 그쳐, 특급호텔 예식과는 뚜렷한 가격 차이를 보인다.

웨딩업계에 따르면 이번 신라호텔 계약서에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만 취소 사유로 명시돼 있다. 국가행사가 불가항력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 여지는 있지만, 계약 당사자에게 명확히 안내된 조항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국가 행사로 인해 부득이하게 예식 일정이 조정된 고객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수 없다”며 “현재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별 협의를 진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 웨딩 가격은 고객 선택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일괄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고, 구체 금액은 고객 개인정보라 밝히기 힘들다”면서도 “식대는 프렌치 20만 원, 중식 25만 원 수준이 맞다”고 설명했다.

호텔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신라호텔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그랜드 하얏트 역시 국빈 방한 기간 일부 예약 접수를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외부 요인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1372 소비자상담센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예식업·결혼준비업 관련 상담 건수 가운데 66%가 계약 해제나 위약금 관련 분쟁이었다. 계약금 환불 불가, 부당한 추가금, 끼워팔기 등은 여전히 주요 불만으로 꼽힌다.

예식업계에서는 계약 해제와 보상 범위 산정을 위해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상 참고한다. 공정위 역시 ‘예식장 표준약관’을 마련해 환불·보상 규정을 두고 있으나, 특급호텔 웨딩의 경우 개별 조건을 추가하는 사례가 많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석상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웨딩업계 관계자는 “억대 보상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액 소비재 특성상 계약·보상 기준에 대한 투명성 요구는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부 지자체는 예식업계의 불공정 약관 개선을 위해 표준계약서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이번 사례가 제도 개선 논의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신라호텔은 예식비 전액 보상으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례가 특급호텔 웨딩 계약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효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yoju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