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여당 총재가 총리로 선출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의 정치 상황상 사실상 최초의 일본 여성 총리 취임은 확실시된다. 일본 정치 역사상 굵직한 기록을 두 번이나 세우는 셈이다. 보수적인 일본 정치 성향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손꼽힌다. 2021년 아베 전 총리가 “여성 최초의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며 지원을 한 것이 시작이다. 이에 화답하듯 다카이치 신임 총재는 당시 '아베노믹스'를 이어받아 금융완화, 긴급 시 기동적 재정 출동, 대담한 위기관리 투자·성장 투자로 물가 목표 2% 달성을 목표로 하는 '사나에노믹스'를 제창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 위기가 몰려왔다. 2022년 아베 전 총리가 타계한 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사건이 구 아베파를 덮친 것. 이 여파로 ‘아베 전 총리의 후계자’로 보수층 지지를 받은 다카이치 신임 종재는 2024년 총재 선거서 당원표에서 최다득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에게 패배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이후 다카이치 신임총재는 패배 요인을 지나친 보수화와 우경화를 경계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스스로를 “온건 보수”라고 자칭하며 우파의 이미지 탈피에 힘쓴 것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총리 취임 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적절히 판단하겠다”라며 강경했던 과거와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9월 24일 토론회).
또 지난 9월 19일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는 “일본 경제는 성장할 수 있으며,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의견을 내며 가장 큰 현안인 경제 정책을 자세히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화의 변화
다카이치 신임 총재의 당선은 자민당과 일본 정치권 판도의 미세한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는 전조로 분석된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보수 여당인 자민당이 참패하며 여소야대 구도가 조성된 가운데 자민당 내에서 다카이치를 '새로운 자민당의 얼굴'로 삼아 참의원 승패를 갈랐던 젊은 층의 표심을 되돌리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 정치평론가 다무라 시게노부는 “이번 총재 선거는 당원표의 향방으로 국회의원 표심도 좌우됐다”라며 “다카이치가 자민당에서 이탈한 표심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 정책 재검토와 헌법 개정 추진을 통해 지지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카이치 신임 총재 임기는 2년으로 중의원 해산이 없을 경우 약 3년 동안 일본 국정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