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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AI 칩 일괄생산'으로 TSMC 아성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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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삼성전자, 'AI 칩 일괄생산'으로 TSMC 아성에 도전

메모리·패키징 묶은 '일괄 지원' 차별화…GAA·BSPDN 기술로 초격차 승부
테슬라 165억 달러 수주로 기술력 입증…2030년 파운드리 15% 점유율 목표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인텔과의 '3파전'을 선언하며 GAA, BSPDN 등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초격차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메모리와 패키징을 아우르는 '일괄 지원' 전략을 통해 2030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5% 달성을 목표로 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 인텔과의 '3파전'을 선언하며 GAA, BSPDN 등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초격차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메모리와 패키징을 아우르는 '일괄 지원' 전략을 통해 2030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5% 달성을 목표로 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가 생성한 이미지.
삼성이 빠르게 성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러 층위의 통합 전략을 바탕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 승부수를 띄웠다. 단순 제조업체를 넘어 AI 하드웨어 기반 시설의 종합 공급자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메모리,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일괄 지원' 전략과 게이트올어라운드(GAA), 후면전력공급(BSPDN) 같은 앞선 기술을 내세워 TSMC와 인텔이 이끄는 시장 구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한 삼성의 공세가 세계 반도체 지형의 변화를 예고하며 AI 시대의 기술 경쟁을 한층 더 뜨겁게 달구고 있다고 파이낸셜 콘텐트가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삼성의 핵심 전략은 'AI 반도체 일괄 개발·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있다. 설계–메모리–제조–패키징을 통합한 생태계를 만들어 AI 칩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맡아 고객 맞춤형 AI 칩 공급을 최적화한다는 목표다. 이 '일괄 지원' 방식은 전체 생산 공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칩 생산 기간을 20%가량 줄이는 효과를 낸다. 시장 출시 속도가 성패를 가르는 AI 반도체 분야에서 이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겐 마다하기 힘든 강력한 경쟁력이다. 고성능·저전력·고대역폭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AI 칩 설계 기업들에 설계부터 최종 제품화까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열어주겠다는 구상이다.

GAA·BSPDN, 기술 초격차 이끌 쌍두마차


삼성의 자신감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GAA 트랜지스터 구조와 혁신 기술인 BSPDN에서 나온다. 삼성은 2022년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GAA 기술(제품명 MBCFET™)을 도입해 기술 선도를 증명했다. 기존 핀펫(FinFET) 구조가 3면에서 전류를 제어하는 데 반해, GAA는 게이트가 채널을 4면에서 감싸 전류 제어가 훨씬 정밀하다. 이를 통해 누설 전류를 크게 줄여 전력 효율을 최대 45% 높이고, 면적은 16%, 성능은 30% 끌어올렸다. 특히 2세대 GAA 공정은 기존 핀펫과 비교해 전력 효율을 50%까지 높였다.

삼성의 추진 계획 역시 공격적이다. 2025년 휴대기기용 2나노(SF2) 공정 양산을 시작으로, 2026년 고성능 컴퓨팅(HPC), 2027년 자동차용 반도체로 적용을 넓힌다. 특히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SF2Z 공정에는 BSPDN 기술이 처음 적용된다. BSPDN은 웨이퍼 뒷면에 전력 배선을 옮겨 신호선 간섭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이를 통해 전력 공급 과정에서 생기는 전압 강하 현상을 줄이고 성능은 8%, 전력 효율은 15% 개선하며 칩 면적은 17% 더 줄일 수 있다.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27년 1.4나노(SF1.4) 공정 양산 계획까지 확정했으며, 같은 해 데이터센터용 CPO(공동패키징 광연결) 통합 기술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거물 고객 확보하며 TSMC·인텔과 본격 경쟁


삼성의 행보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을 TSMC-인텔-삼성의 3강 구도로 만들고 있다. 압도적 1위인 TSMC는 2025년 2나노(N2), 2026년 1.6나노(A16) 공정 도입을 알리며 선두 수성에 나섰다. 파운드리 시장 복귀를 선언한 인텔 역시 리본펫(RibbonFET)과 파워비아(PowerVia) 기술을 적용한 18A(1.8나노급) 공정으로 반격을 노린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기술력은 이미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테슬라와 165억 달러 규모의 다년 계약을 맺고,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차세대 자율주행 칩(AI6)을 생산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오픈AI와 고성능 메모리 공급 협력 관계를 맺고, 국내 AI 반도체 설계 신생기업 리벨리온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것 역시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대목이다. 이에 엔비디아, AMD, 퀄컴 같은 주요 반도체 설계 기업들이 삼성을 대안 생산처로 여기면서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 협상력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밝은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선 공정의 수율 개선은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2나노 공정 수율을 현재 50% 수준에서 2025년 말까지 6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과 대만에 생산이 쏠린 지정학적 위험과 미국의 수출 통제 같은 미·중 기술 갈등 역시 풀어야 할 과제다.

AI 반도체 시장은 2028년 7,7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3나노 2세대(SF3) 양산을 시작으로 2025년 2나노(SF2), 2027년 1.4나노(SF1.4) 양산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 2028년까지 AI 칩 관련 매출을 9배 늘리고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0~15%를 이루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기술 혁신, 체계 통합, 국제 협력이라는 세 축을 바탕으로 한 삼성의 도전이 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반을 제공하는 목표로 이어질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