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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투자…생산기지 유턴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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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란티스,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투자…생산기지 유턴 선언

필로사 신임 CEO, '탈멕시코'로 前 경영진 전략 폐기…트럼프 관세 선제 대응
지프·닷지 부활과 노조 달래기 '두 마리 토끼'…유럽 생산기지 불안감은 고조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한 스텔란티스가 생산기지 유턴을 선언했다. 안토니우 필로사 신임 CEO는 '탈멕시코' 전략으로 전임 경영진의 방침을 폐기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프와 닷지 브랜드의 부활을 꾀하고 노조를 달래는 동시에, 유럽 생산기지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시장에 100억 달러 투자를 결정한 스텔란티스가 생산기지 유턴을 선언했다. 안토니우 필로사 신임 CEO는 '탈멕시코' 전략으로 전임 경영진의 방침을 폐기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프와 닷지 브랜드의 부활을 꾀하고 노조를 달래는 동시에, 유럽 생산기지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수익성 악화와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던 스텔란티스가 핵심 시장인 미국에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하며 재도약을 선언했다. 이번 투자는 과거 저비용 국가로 생산 기지를 옮기던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미국 본토의 생산 시설 확충과 신차 개발에 힘쓰는 '회귀' 전략의 신호탄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대응하는 동시에, 현지 노조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다목적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스텔란티스는 올해 초 책정한 투자금과 별도로 약 50억 달러(약 7조 원)의 신규 자금을 추가 투입하는 방안을 몇 주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금은 앞으로 수년에 걸쳐 일리노이주와 미시간주의 공장 재가동, 신규 고용 창출, 신차 개발 등에 쓰인다. 특히 과거의 영광을 잃은 지프 브랜드의 부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V8 엔진을 장착한 신형 머슬카를 앞세워 닷지 브랜드를 되살리는 데도 나선다. 또한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도 힘쓰며 장기적으로 크라이슬러 브랜드에 투자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번 결정에는 지난 5월 취임한 스텔란티스의 안토니우 필로사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강력하게 반영됐다. 그는 취임 뒤 3분기 미국 판매를 6% 끌어올리며 2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을 반등시키는 성과를 보였다.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전 최고경영자 체제에서는 멕시코 같은 저비용 국가로 생산과 기술 개발 거점을 공격적으로 옮기며 비용 줄이기에 힘썼다. 하지만 이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해지고 점유율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필로사 최고경영자는 지역별 투자 전략을 모두 다시 살피며 미국 시장에 다시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트럼프 리스크' 선제 대응과 노조 끌어안기


스텔란티스 측은 공식 논평에서 "명년에 있을 회사의 전략 수정과 자본 시장의 날 준비의 하나로 최고경영자가 모든 미래 투자를 철저히 살피고 있다"며 "이 과정은 현재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룹의 전략 무게 중심이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러한 행보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흐름과 관련이 깊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 규모를 260억 달러(약 36조 원)로 늘리고 유럽의 대형 제약사들이 수십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것처럼, 스텔란티스 역시 대규모 투자로 미국 안 생산 확대 정책에 따르고 관세 압박을 피하며 현지 정부와 우호 관계를 만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스텔란티스는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램 중형 픽업트럭에 매겨질 수 있는 25% 관세를 면제하거나 낮추기 위해 최근 미국 정부에 요청해왔다.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관계를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스텔란티스는 가동을 멈춘 일리노이주 벨비디어 공장에서 2027년부터 신형 중형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약 1500명을 새로 고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이번 투자는 노조와 갈등을 풀고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 집중 투자에 엇갈린 희비…불안한 유럽


필로사 최고경영자는 취임 뒤 과감하게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쉐린, 포비아와 함께 진행하던 수소차 합작 사업 지원을 그만뒀으며, 차량 공유 사업인 '프리투무브' 매각도 살피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힘을 모으려는 전략의 하나다. 이처럼 유럽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미국에서는 전통 내연기관차 수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닷지 V8 머슬카 재도입 검토가 대표적인 보기다. 동시에 친환경차 시장도 놓치지 않고 있다. 핵심 모델인 지프 랭글러 4x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3분기 판매량이 18% 늘며 미국 시장에서 굳건한 자리를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스텔란티스의 미국 중심 전략은 유럽 안 생산 기지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스텔란티스는 유럽에서 과잉 생산 문제에 부딪혔으며, BYD(비야디)를 앞세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세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알파 로메오 토날레, 피아트 판다 같은 주력 모델의 수요 부진 탓에 유럽 안 8개 공장이 일시적으로 가동을 멈췄다. 필로사 최고경영자는 오는 10월 20일 이탈리아 노동조합 대표들을 만나 공장 폐쇄 우려 등 현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그의 결정에 유럽 자동차 산업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이번 100억 달러(약 14조 원) 투자는 단기 매출 성장을 넘어,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아우르는 '복합 동력원' 전략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중장기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조치다. 미국 안 고용이 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나는 효과도 따라올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 필로사 최고경영자의 전략 지도력이 회사의 꾸준한 성장을 판가름할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