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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애플, M5 칩으로 AI·공간컴퓨팅 두뇌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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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애플, M5 칩으로 AI·공간컴퓨팅 두뇌 심었다

NPU 성능 1.6배 향상…'손 안의 AI' 구현 속도 획기적으로 높여
비전 프로의 심장으로 공간 컴퓨팅 시대 본격화…AI 생태계 확장이 관건
애플이 M5 칩을 통해 향상된 NPU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으로 엣지 AI 및 공간 컴퓨팅 시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애플이 M5 칩을 통해 향상된 NPU 성능과 메모리 대역폭으로 엣지 AI 및 공간 컴퓨팅 시대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사진=로이터

애플이 최근 최신 독자 설계 칩 M5를 탑재한 맥북, 아이패드, 비전 프로 신제품을 예고 없이 내놓았다. 이번 발표는 대규모 공개 행사 대신 대만 현지 매장 제품을 바꾸고 보도자료를 내는 '조용한 출시' 방식을 택했다. 업계는 M5 칩의 놀라운 성능과 애플이 제시한 차세대 컴퓨팅의 미래에 주목하고 있다. M5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인공지능(AI) 연산을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는 '엣지 AI' 시대를 열겠다는 애플의 강한 의지가 담긴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엣지 AI 겨냥…GPU·NPU 성능 높여


17일(현지시각)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M5 칩의 발전 방향은 앞서 나온 A19 바이오닉 모바일 칩과 궤를 같이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GPU는 NPU 연산을 효율적으로 돕는 범용 GPU(GPGPU) 구조를 채택했고, NPU 자체의 연산 능력도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M5의 NPU는 초당 45조 회(45 TOPS)가 넘는 연산 성능을 갖췄다. M4보다 약 1.6배 향상된 수치다.

M4의 118GB/s보다 29.7% 늘어난 153GB/s의 최대 메모리 대역폭은 막대한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AI 연산의 핵심 토대를 마련한다. 이러한 설계 변화는 애플의 칩 전략이 중앙 서버가 아닌 기기 자체에서 AI를 실행하는 엣지 컴퓨팅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곧, 오픈AI의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보다 "기기에서 바로 반응하는 AI 기능", 이를테면 실시간 음성 인식이나 영상 보정, 생성형 카메라 필터 등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미지 처리·게임 성능으로 사용자 경험 혁신

M5 칩의 향상된 성능은 사용자 경험으로 직결된다. 그중에서도 이미지 처리와 게임 성능 강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이미지신호처리기(ISP) 성능을 개선해 영상 편집 프로그램이나 실시간 방송에서 AI 보정 속도를 크게 높였다. 맥북과 아이패드 사용자에게 고품질 이미지와 영상 편집은 핵심 기능으로, M5는 이런 전문 작업을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제공한다.

애플은 M5 출시를 기회로 삼아 컴퓨터 게임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 그동안 맥북은 고사양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첫 번째 선택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애플은 M5의 뛰어난 그래픽 성능으로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뽐내고, 새로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외신은 M5가 선보인 GPU-NPU 융합 연산 구조를 앞으로 애플 아케이드의 고품질 게임이나 맥 전용 AI 그래픽 보정 기술에 활용할 잠재력이 크다고 분석한다.

공간 컴퓨팅의 심장, 비전 프로의 진화


애플의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 역시 M5 칩을 새로운 심장으로 삼았다. 비전 프로는 여러 영상 입력과 실시간 3차원(3D) 그래픽 처리를 동시에 해야 하므로, 넓은 대역폭의 메모리와 강력한 NPU가 반드시 필요하다. M5 칩의 발전 방향은 이러한 요구사항에 정확히 부합한다. 강화한 NPU와 AI 기능은 이 기기에서 구현할 AI 응용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한없이 넓힐 전망이다.

최근 머리에 쓰는 기기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 안경 쪽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애플이 비전 프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애플이 M5를 '공간 컴퓨팅 칩 생태계의 기본 단위'로 삼고 단계 기술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비전 프로를 차세대 공간 컴퓨팅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핵심 기반으로 삼고, 관련 기술이 충분히 무르익으면 그 결과물을 차세대 스마트 안경으로 옮기는 긴 안목의 전략을 추진할 전망이다.

153GB/s에 이르는 M5 칩의 메모리 대역폭은 현재 거대언어모델(LLM)을 구동하기에는 과도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동영상 필터 생성, 여러 영상 실시간 보정, 고화질 이미지 합성 같은 창작 AI 작업을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위한 설계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128GB/s가 넘는 메모리 대역폭은 창작 AI 작업에 꼭 필요한 기본선"이라고 말한다.

M5는 '엣지 AI'와 ‘공간 컴퓨팅’에 최적화된 첫 세대 애플 자체 칩으로 평가받는다. NPU, GPU, 메모리 대역폭 세 축을 동시에 강화해 미래 AI 기기 생태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다만 하드웨어라는 그릇은 준비됐지만, 그 안에 담을 애플 인텔리전스나 코어ML(Core ML) 같은 AI 소프트웨어 환경이 갖춰져야 M5의 진짜 능력을 모두 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5가 'AI 시대를 준비한 하드웨어' 세대의 막을 올린 셈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