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280억 유로 해군현대화 사업…신규 4척·기존 4척 개량
미국 HII 조선소서 AI·로봇 기술 협력…캐나다 60조 원 사업도 '원팀' 도전
미국 HII 조선소서 AI·로봇 기술 협력…캐나다 60조 원 사업도 '원팀' 도전

방위산업전문매체 디펜스인더스트리유럽은 지난 15일(현지시각) HD현대중공업 대표단이 그리스 해군사령부를 찾아 잠수함 건조 역량과 제안서를 냈다고 지난 20일 보도했다.
280억 유로 '아킬레우스의 방패' 사업 본격화
HD현대중공업이 참여를 추진하는 '아스피다 투 아킬레아'(아킬레우스의 방패) 프로그램은 지난 7월 출범한 그리스의 12년 장기 해군 현대화 계획이다. 총 280억 유로 예산 중 약 10%를 해군에 쓰며, 신형 잠수함 4척 조달과 2010년부터 쓰는 파파니콜리스급(214HN형) 잠수함 4척 성능 개량이 핵심이다.
디펜스인더스트리유럽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회의에서 손원일급 잠수함(KSS-II) 건조 경험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해당 급 9척 중 6척을 건조한 실적과 함께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취역한 초기 3척에 대한 중간수명 연장 사업을 3억6000만 달러(약 5960억 원)에 따낸 점을 강조했다.
또한 KSS-III 프로그램에서 배치 I의 3번함인 신채호함(SS 086)을 넘긴 경험도 제시했다. 비공식 보고에서는 수상함 포트폴리오도 함께 선보이며 사업 참여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는 1970년대부터 쓰는 글라브코스급(209/1100형)과 포세이돈급(209/1200형) 노후 잠수함 교체를 추진한다. 프로그램의 핵심 요구는 그리스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자국 방산업체가 최소 25%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한화오션·유럽 방산업체들과 치열한 격돌
HD현대중공업은 홀로 나선 게 아니다. 지난 1일 한화오션 대표단이 KSS-III급 잠수함을 앞세워 아테네를 찾았으며, 13일에는 스웨덴 사브코쿰스가 A26 기반 제안서를 냈다. 독일과 프랑스 업체들도 각각 209/1400 개량형(209NG형)과 스코르펜 진화형을 제안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리스 언론 카테메리니는 지난 8월 8일 한국이 잠수함·유무인복합운용체계·군용차량을 아우르는 대규모 방산 협력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당국은 한국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현지 조선소 공동생산과 성능 개량에 대한 구체 제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는 6·25전쟁 때 4992명을 파병해 192명이 전사하는 등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 HII와 기술협력 강화…조선 효율 높여
HD현대중공업은 그리스 사업 추진과 함께 미국 함정 건조업체 HII(헌팅턴잉갈스인더스트리스)와 전략 협력도 강화한다. HII는 지난 20일 발표에서 이달 HD현대중공업 임원진을 미시시피주 파스카굴라 잉갈스조선소에 초청해 3일간 기술 교류를 했다고 밝혔다.
잉갈스조선소 사장 브라이언 블랑쉐트는 "HD현대중공업과 파트너십이 발전하자 우리 조선소 전문성과 최근 몇 년간 투자한 기술을 선보일 수 있었다"며 "이번 방문에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효율을 높이고 미 해군 함대 인도를 앞당길 기회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이상봉 수석부사장은 "이번 방문은 HII가 조선 전문성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협력을 더 깊게 만들 통찰을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지난 4월 양해각서를 맺었다.
HII 에릭 츄닝 해양시스템·기업전략 담당 부사장은 "고객 지원을 위한 첨단 기술 활용을 충분히 빠르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번 파트너십은 잉갈스조선소 생산성 향상은 물론 미국 조선 산업기반 강화와 확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산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지난 2월 방위사업청 주도로 함정 수출사업 '원팀' 구성 협력 양해각서를 맺은 만큼, 그리스 사업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점친다. 두 업체는 최대 60조 원 규모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함께 우선협상 대상자로 뽑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