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한계와 AI 시대, '수직 구조·첨단 패키징'이 화두
R&D 경계 허문 삼성, "3개 팀 1.5개 팀으로"…'지식 융합' 가속화
R&D 경계 허문 삼성, "3개 팀 1.5개 팀으로"…'지식 융합' 가속화
이미지 확대보기실리콘 트랜지스터가 구현 가능한 성능의 물리적 한계에 봉착했다. 반면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며 데이터 처리 요구는 폭증하고, 반도체 산업은 더 높은 집적도, 고성능, 그리고 극단의 에너지 효율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에 직면했다.
이 해법으로 '이종 집적(Heterogeneous Integration)'을 위한 첨단 패키징 및 접합 기술이 산업계 전체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반도체 업계 리더인 삼성전자가 "성공적 반도체 혁신의 핵심은 '융합과 협업'"이라 선언하며, '이종 분야 간 협업'을 미래 혁신의 유일한 열쇠로 제시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0월 24일 개막한 '제27회 반도체 전시회(SEDEX 2025)'에서 송재혁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강조하며, "기존 '제품별, 공정별 독립' 구조에서 벗어나 분야 간 융합 및 전사적 협업이 고집적·고성능 반도체 시대 돌파의 열쇠"임을 역설했다.
송 CTO는 자신의 29년간의 반도체 R&D 경험을 인용하며, "혁신은 개인 천재가 아닌 다양한 협업에서 나온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업계가 직면한 기술적 난제들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특히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미세 패터닝 기술 개발은 단순히 회로를 더 가늘게 그리는 차원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송 CTO에 따르면, 더 미세한 패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정 중 발생하는 압력, 기판의 휨 현상(warpage), 그리고 열팽창을 나노미터(nm) 단위 이하로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이는 전통적인 반도체 공학의 범주를 넘어 소재·재료학, 재료 역학, 열역학, 심지어 미세 진동을 다루는 지구과학(지진학)의 영역까지 이른다. 그는 "이러한 분야들이 모두 앞으로 반도체 기술의 R&D 트렌드를 암시할 수 있다"고 밝혀, 미래 기술 개발이 고도의 멀티디스플리너리(학제간) 융복합 연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평면'의 한계 넘어 '수직'으로…패러다임 바뀐 반도체
지난 20~30년간 반도체 산업이 걸어온 길은 '평면(Planar)'에서 '수직(Vertical)' 구조로의 진화로 요약할 수 있다. 평면 위에 회로를 욱여넣던 방식은 미세공정의 한계(실리콘 미세화 한계)에 다다랐으며, 10여 년 전 낸드(NAND) 플래시가 '3D V낸드'(NAND의 3D Stacking)로 전환하며 수직 적층 시대를 연 것이 그 시작이다.
이러한 흐름은 AI 시대가 요구하는 대형 AI 및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고집적화 수요 확대와 맞물려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직 IC는 핀펫(FinFET) 구조를 거쳐 전류 효율을 극대화한 차세대 GAA(Gate-All-Around) 구조로 이동 중이며, D램(DRAM) 역시 VCT(Vertical Channel Transistor) 방식의 수직 적층을 도입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CPO(Coprocessed Optics) 등 첨단 패키징 기술이 필수로 대두되며, 성능과 집적도를 높이기 위한 길은 위로 쌓아 올리는(적층) 것 외에는 남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기능의 칩(칩렛, Chiplet)과 상이한 공정, 이질적인 소재를 하나의 칩처럼 통합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이 HBM4 및 초고속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송 CTO는 이러한 이종 집적의 성공이 단편적인 기술 개발로 이룰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러한 통합을 달성하려면 전(前)공정 및 부품 설계에서부터 후(後)공정 패키징, 신소재 개발, 열처리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전체 사슬에 걸친 통합 설계 및 검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송 CTO는 이 대목에서 삼성전자가 가진 독보적인 강점을 내세웠다. 그는 "삼성전자는 D램, 낸드, 로직 반도체, CMOS 이미지 센서, 그리고 패키징 솔루션까지 전 밸류체인 역량을 모두 보유한 세계 유일의 기업"이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통합과 혁신을 추진하는 데 누구보다 견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역설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생산과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의 역량이 경쟁사보다 '혁신의 촉매'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지식의 융합'…조직 경계 허물고 '초격차' 노린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내부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기존 '제품별, 공정별 독립' 구조에서 벗어나 조직 운영 방식에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송 CTO는 "최근 낸드, D램, 로직, 패키징 팀의 엔지니어들을 하나의 '크로스 도메인 팀(Cross-domain team)'으로 협력하는 혼합 협업 그룹으로 구성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든 핵심 제품 라인에 '접합(Bonding)' 기술이 공통적으로 필요하고, 공유할 수 있는 원리와 방법론이 많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수백 단을 쌓아 올리는 3D 낸드 공정에서 축적된 '휨 현상 제어' 경험과 노하우는, 앞으로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릴 때 발생하는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즉각 적용될 수 있다.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지식의 융합'이자 'R&D 지식 공유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송 CTO는 이러한 조직 효율화의 결과로, "과거 제품 라인별로 3개 이상의 개별 팀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1.5개 또는 단 하나의 교차 기능 팀(Cross-functional team)만으로도 효과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도메인 간 협업은 단순히 조직 내부의 벽을 허무는 것을 넘어, 과거에는 전혀 관련 없다고 여겨졌던 분야들까지 끌어안고 있다. 반도체 기술이 극도로 복잡해지면서, 한 기업이나 한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차세대 기술의 문턱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송 CTO는 "과거 10개 부서가 협력해 개발하던 기술이, 다음 단계의 기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곧 20~30개 부서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기술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내부 역량 결집은 물론, 외부 생태계와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계획이다. 소재, 장비, 테스트, 패키징 등 반도체 전 분야에 걸친 국내외 최고 기업 및 파트너사, 학계와의 공동연구 및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을 통해 초격차 기술을 선도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뉴욕증시] 3대 지수, 예상 밑돈 물가에 상승](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270&h=173&m=1&simg=2025102506355401024c35228d2f5175193150103.jpg)


![[실리콘 디코드] 마이크론, 192GB 'SOCAMM2' 샘플링…AI 서버 전...](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setimgmake.php?w=80&h=60&m=1&simg=2025102510593407278fbbec65dfb21017812723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