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비밀 협상서 28개→19개 조항 축소…내주 모스크바서 담판
러시아 "우크라군 돈바스 떠나야 휴전"… 사실상 항복 요구
전문가 진단 "결국 '한국전쟁식 휴전 모델'로 귀결될 가능성 커"
러시아 "우크라군 돈바스 떠나야 휴전"… 사실상 항복 요구
전문가 진단 "결국 '한국전쟁식 휴전 모델'로 귀결될 가능성 커"
이미지 확대보기푸틴의 자신감 "미국이 우리 견해 반영…내주 특사 만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7일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열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미국 대표단의 모스크바 방문 계획을 직접 공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측 제안이 미래 합의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데 전반적으로 동의한다"라며 "미국 측이 우리의 견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라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 구상에 대해 러시아가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공식화한 발언이다.
다만 그는 "아직 최종안이 없는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음 주 예정된 모스크바 회동에는 트럼프의 중동·러시아 담당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가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한다. 윗코프 특사는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 등 크렘린궁 핵심 인사들과 만나 평화안의 세부 조항을 확정 지을 전망이다.
28개 안에서 19개 안으로…'영토' 놓고 막판 줄다리기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 주말 제네바에서 비공개 협상을 열고 애초 28개 조항이었던 미국의 평화안을 19개 조항으로 수정했다. 28개 원안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의 거센 반발을 수용한 결과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애초 28개 조항을 협상의 기준선(baseline)으로 고수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번 주 초 "수정 문서가 지난 8월 푸틴 대통령이 알래스카에서 트럼프와 만났을 때 요구한 사항에서 벗어난다면 상황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핵심 요구는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통제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우리가 주장하는 지역에서 철수하면 적대 행위를 멈추겠지만, 거부한다면 군사력으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서는 양측의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 연구원은 "크렘린궁은 명확한 지위를 보장하는 공식 서면 텍스트를 원한다"라며 "푸틴은 전장 상황에 자신감이 넘치며, 우크라이나가 패배를 인정하고 러시아의 조건대로 협상에 나설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확신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거리두기'와 복잡한 셈법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타결 전까지 직접 개입을 자제하는 '거리두기' 전략을 펴고 있다. 그는 지난 25일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최종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젤렌스키나 푸틴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윗코프 특사에게 안보 보장과 영토 양보 등 민감한 쟁점 처리를 맡겼다.
협상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최근 윗코프 특사가 우샤코프 보좌관에게 협상 훈수를 두는 듯한 녹취록이 유출돼 논란이 일었으나, 푸틴 대통령은 "윗코프를 공격하는 세력은 전쟁을 지속하려는 우크라이나 기득권층"이라며 그를 감쌌다.
우크라이나 역시 협상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속적이고 존엄한 평화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미국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임에도 이번 주말 미국 측과 만나 막판 조율에 나선다.
내주 모스크바 회동, “우크라이나 운명을 가른다”
다음 주 예정된 윗코프 특사의 모스크바 회동은 단순한 탐색전이 아니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설계도'를 확정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3국의 복잡한 셈법이 결국 '전쟁을 이제는 끝내자'는 총론으로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푸틴의 전략은 '굳히기'다. 그는 트럼프의 성과주의 성향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트럼프가 외교적 치적으로 '조속한 전쟁 종식'을 원한다는 점을 역이용해, '현재 점령지 인정'과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라는 최대 목표를 관철하려는 것이다. 러시아가 수정안을 거부하고 28개 조항을 고수하는 것은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로 보인다.
트럼프의 딜레마는 '명분'과 '실리' 사이의 줄타기다. 그는 전쟁을 끝냈다는 타이틀이 절실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에 굴복했다'는 비판은 피해야 한다. 제네바에서 28개 안을 19개 안으로 수정한 것은 미국 내 반러 여론과 유럽 동맹국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 결국 트럼프는 '즉각적인 살상 중단'을 명분으로 내세워, 러시아의 영토 점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현실론을 택할 공산이 크다.
우크라이나의 현실은 냉혹하다. 지도부는 대외적으로 영토 수복을 외치지만, 내부적으로는 미국의 지원 없는 전쟁 수행이 불가능함을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다. 예르마크 비서실장이 언급한 "존엄한 평화"는 영토 일부를 잃더라도 확실한 '안보 보장'과 '전후 재건 지원'을 약속받는다면 휴전에 응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즉, '영토'와 '국가 생존'을 맞바꾸는 고육지책을 준비하는 셈이다.
이번 협상의 결말은 결국 '한국전쟁식 휴전 모델'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의 교전선을 국경으로 고착화하는 '잠정적 휴전 합의'가 타결될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는 뼈아픈 영토 상실을, 러시아에는 절반의 승리를, 미국에는 외교적 성과를 안겨주는 결말이다. 누구도 완전히 만족할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도 없는 '불완전한 봉합'이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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