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포스코 인도 제철소 건설 또 위기…경찰 강제진압에 주민 반발 확산

글로벌이코노믹

포스코 인도 제철소 건설 또 위기…경찰 강제진압에 주민 반발 확산

케온자르 1000헥타르 토지수용 놓고 주민·경찰 충돌…활동가 체포·폭행 의혹
2013년 아르셀로미탈 17조 원 프로젝트 무산 재현 우려…한국 기업 인도 투자 리스크 부각
인도 오디샤주 자갓싱푸르 지역에 제안된 포스코 제철소 건설로 인해 이주한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지인 포스코 인디아 이주 캠프를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오디샤주 자갓싱푸르 지역에 제안된 포스코 제철소 건설로 인해 이주한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지인 포스코 인디아 이주 캠프를 보여준다. 사진=로이터
포스코가 인도 진출을 재추진하고 있는 오디샤주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가 토지수용 과정에서 주민 저항과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이면서 또다시 좌초 위기에 몰렸다. 포스코는 2005년 인도 최대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로 오디샤주 진출을 시도했다가 12년간 주민 반대에 부닥쳐 2017년 철수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 비영리 인권단체 민주권리보호센터(CPDRS)는 15일(현지 시각) 쿠타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디샤주 케온자르 지역에서 경찰의 강압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고 미국 시민사회단체 카운터뷰닷넷이 같은 날 보도했다.

998헥타르 농지 강제수용에 12개 마을 저항


CPDRS는 케온자르 파트나 지역 자문나포시와 체메나 판차야트 소속 12개 마을에서 경찰의 대규모 탄압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디샤 주정부는 이 지역에서 포스코와 인도 JSW그룹 합작 제철소에 넘겨줄 998헥타르(2466에이커) 규모 부지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

CPDRS는 비옥한 농경지를 강제로 수용하려는 계획에 마을 주민들이 광범위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산업용지로 쓸 수 있는 빈 땅이 이 지역 다른 곳에 있는데도 주정부가 주민 반대를 무시하고 강압 조치로 강제 수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CPDRS는 해당 지역에 투입한 대규모 경찰력이 주민들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방해하고 있으며, 주민 이동을 제한하고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토지수용을 반대하는 지도자들에게 허위 혐의를 씌워 기소했으며, 여러 활동가를 불법으로 구금했다고 주장했다. CPDRS는 진달-포스코 저항포럼 사무국장 베누다르 사르다르와 그의 형 부바난다 사르다르가 경찰이 집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한밤중에 체포됐으며 다른 활동가 4명도 구금됐다고 밝혔다.

CPDRS는 지난 10일 인도 전국농민연합(사무크타 키산 모르차) 고위 지도자 사티아반과 농민 지도자 사다시브 다스, 라젠드라 바르마, 란지트 프라단이 자문나포시 마을에서 피해 주민들을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괴한들에게 납치당해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CPDRS가 밝힌 내용을 보면, 이들은 투루문가 경찰서로 끌려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약 3시간 동안 욕설을 듣고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휴대전화를 빼앗겼다. CPDRS는 투루문가 경찰서장이 중범죄에 해당하는 이 사건을 수사하는 대신 가해자들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2013년 아르셀로미탈 17조 원 프로젝트 무산 사례 재현 가능성


CPDRS는 지난 12일 경찰이 체메나 판차야트 브링가라즈포시 마을을 임시 캠프로 만들고 주민들이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았으며, 형식뿐인 공청회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주정부가 토지수용을 강행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면서 다른 마을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계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태가 2006년 같은 지역에서 벌어진 아르셀로미탈 토지수용 갈등을 재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당시 오디샤 주정부는 아르셀로미탈과 케온자르 지역 약 4000헥타르(1만 에이커) 토지수용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주민들의 지속된 저항에 직면했다. 아르셀로미탈은 2013년 7월 토지 확보와 철광석 광산 할당을 받지 못해 120억 달러(약 17조6000억 원) 규모 1200만 톤 제철소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
CPDRS는 해당 지역에서 경찰의 협박을 즉각 중단하고, 구금한 활동가 전원을 무조건 석방하며, 투루문가 경찰서장에게 엄중 조치를 하고, 농민 지도자들을 납치하고 폭행한 혐의자들을 법으로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 오디샤주 경찰청장에게 요구서를 제출했다.

포스코 두 번째 인도 진출…6조7600억 투자 불투명


포스코는 2005년 오디샤주 자가싱푸르 지역에 연간 1200만 톤 규모 제철소를 짓기로 주정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인도 진출을 처음 시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인도 최대 외국인직접투자 프로젝트(약 120억 달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주민 저항과 환경 규제 등에 가로막혀 12년간 표류하다가 2017년 결국 철수했다.

포스코는 2024년 8월 인도 철강업체 JSW스틸과 50대50 합작투자로 인도에 연간 500만~600만 톤 규모 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합의하면서 인도 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오디샤 주정부는 지난 8월 케온자르 지역에서 토지수용 절차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 투자 규모를 46억 달러(약 6조7600억 원)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토지수용 과정에서 주민 반발과 경찰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프로젝트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인도에서는 토지수용 과정에서 주민 저항으로 대규모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어 한국 기업들의 인도 투자에 상당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간디주의 지도자 크리슈나 마한티, 오디샤 고등법원 변호사 시시르 다스·크시로드 라우트·프라탑 미슈라·라비 레이, 학술지 편집자 크시로드 마하파트라, 힌드 마즈두르 사바(인도노동조합) 지도자 락슈미프리야 마한티, 농민구제운동 조직자 유갈 나야크, 간디기념기금 비스와지트 박사 등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