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 임대료로 웃는 공사, 빚 늘고 사람 빠지는 자회사·현장 노동
세계 3위 여객 실적 뒤에 숨은 면세점 ‘승자의 저주’와 안전·고용 공백
세계 3위 여객 실적 뒤에 숨은 면세점 ‘승자의 저주’와 안전·고용 공백
이미지 확대보기2024년 인천국제공항은 국제선 여객 7066만 명으로 개항 이후 최다, 세계 3위 국제선 공항에 올랐다. 재무 성적표도 화려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는 2022년 5874억 원 영업적자에서 2023년 5325억 원 흑자로 돌아선 데 이어, 2024년에는 매출 2조6325억 원, 영업이익 7411억 원, 당기순이익 4882억 원(연결 기준)을 기록했다. ‘완벽한 V자 반등’이다. 이 같은 실적은 면세점 임대료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하청·자회사 노동과 안전 문제, 자회사 재무 악화가 겹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면세점으로 버티는 공사, 적자에 빠진 면세점
지난해 기준 인천공항 영업이익 7411억 원 가운데 60% 이상이 면세점·상업시설 임대료 등 비항공 수익에서 발생했다. 전체 매출에서 비항공 수익 비중은 63%, 이 중 면세점이 약 60%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면세점을 통한 비항공 수익은 공사에겐 ‘효자’지만, 면세점에는 '승자의 저주'가 됐다.
실제 면세 매출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서 매달 50억~6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2023년 연간 실적을 보면, 신라면세점은 697억 원, 신세계면세점은 35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2025년 1분기에도 각각 50억 원, 23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두 업체는 인천공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임대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공사는 “입찰 공정성·형평성 훼손, 직원 배임 가능성” 등을 이유로 거부했고, 법원이 제시한 25~27% 임대료 인하 권고안에도 즉시 이의 신청을 냈다.
공사야 “계약대로 받는 것”이지만, 결과로는 공항은 사상 최대 흑자, 면세점은 수천억 위약금을 내고 떠나는 구조가 굳어졌다. 면세산업 생태계·관광 경쟁력보다 자기 손익계산서만 보는 공기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모회사 흑자, 자회사 부채비율 300%대
공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인국공 정규직 전환’ 논란의 중심에 선 기관이다. 2018~2020년 동안 용역회사 소속 보안검색·시설관리·운영 인력 9500여 명을 세 개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했지만,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고용 방식이어서 “정규직 전환의 절반짜리 타협”이라는 비판과 “청년 취업 기회의 박탈”이라는 반발을 동시에 불러왔다.
이 자회사들의 재무 상태는 공사와 대조적이다. 인천공항공사는 2023년 연결기준 매출 2조2505억 원, 영업이익 5325억 원을 거뒀다. 2020년 -3608억 원, 2021년 -9300억 원, 2022년 -5874억 원으로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다가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천공항공사의 흑자전환에도 2023년 말 기준 인천공항시설관리 부채비율은 377.3%, 인천공항운영서비스 267.9%, 인천국제공항보안 194.7%로, 공사가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에도 자회사 부채비율은 오히려 전년보다 더 높아졌다.
노조는 “3조2교대 등의 열악한 근무환경 탓에 이직이 많고, 인원 부족으로 정원도 못 채우는 상황에서 모회사는 ‘인원을 못 채웠다’는 이유로 계약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반면 공사는 “운영혁신 마스터플랜은 인력 감축이 아니라 효율화가 목적이며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고 설명한다.
결국 모회사의 높은 수익성은 비항공 임대료와 자회사·용역 구조 위에 서 있고, 위험과 피로는 자회사 재무와 현장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여객·이익은 ‘역대 최고’…현장에선 사망사고 6명
안전 문제도 반복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인천공항 관련 산업재해 사망자는 6명에 이른다.
지난 8월에는 화물청사에서 조업 중 부상을 입은 조업사 직원이 3주간 치료 끝에 숨진 사실이 알려졌고, 같은 달 제4활주로 인근에서는 인천공항시설관리(공사 자회사) 소속 직원이 몰던 1t 화물차가 공항 외곽 울타리를 들이받아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노동계는 이 사고들을 두고 “단순 개인 과실이 아니라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확장공사 과정에서 설계 변경·공사비 지급 지연 등으로 현장 관리가 느슨해졌으며, 활주로 보수공사 도중 안전조치 미흡으로 중상자가 발생해 노동청이 특별감독에 나섰던 사례도 잇따랐다.
그 사이 공사는 여객 7000만 명 돌파, 2025년 1분기·상반기 역대 최대 여객 기록 경신, 상반기 비항공 매출 8588억 원(전년 동기 대비 16.2% 증가) 등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폭증하는 여객과 공항 확장에 비해 보안·조업 인력 충원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와 노동 현장에서 반복된다. 공사는 자회사 증원 요구의 80%를 잘라내고, 보안 인력 감축 계획까지 세웠다가 국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세계 1등 공항” 타이틀에 걸맞은 책임을
인천국제공항은 단순한 사업장이 아니라 국가 관문이자 대표 공기업이다. 그만큼 수익 구조, 노동·안전, 협력업계와의 관계가 모두 공공성과 직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진정한 의미의 ‘세계 1등 공항’을 지향한다면, △면세·비항공 수익 의존도와 임대료 구조 △자회사·용역 의존 노동 체계 △반복되는 안전사고와 인력 운용 방식을 그대로 둔 채 성과 지표만 자랑하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며 "이제 필요한 건 새로운 홍보 문구가 아니라, 숫자만큼 구체적인 구조 개선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전수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2040sys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