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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라인강의 기적’ 멈췄다...기업 파산 20년 만에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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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라인강의 기적’ 멈췄다...기업 파산 20년 만에 최악

금융위기 때보다 5% 더 많은 1만7600곳 줄도산... ‘유럽의 병자’ 회귀
폭스바겐 등 獨 제조업 붕괴, 한국 배터리·부품 업계로 ‘불똥’
전문가들 “단순 불황 아닌 구조적 몰락... 韓 수출 전략 수정해야”
유럽 경제의 심장부인 독일이 멈춰 섰다. 고비용 구조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갇혀 20년 만에 최악의 연쇄 파산 사태를 맞았다. 기업들이 줄지어 문을 닫으면서 실업 공포가 가계 경제를 위협하고, 그 충격파는 지구 반대편 한국의 수출 전선까지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유럽 경제의 심장부인 독일이 멈춰 섰다. 고비용 구조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갇혀 20년 만에 최악의 연쇄 파산 사태를 맞았다. 기업들이 줄지어 문을 닫으면서 실업 공포가 가계 경제를 위협하고, 그 충격파는 지구 반대편 한국의 수출 전선까지 흔들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유럽 경제의 심장부인 독일이 멈춰 섰다. 고비용 구조와 제조업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갇혀 20년 만에 최악의 연쇄 파산 사태를 맞았다. 기업들이 줄지어 문을 닫으면서 실업 공포가 가계 경제를 위협하고, 그 충격파는 지구 반대편 한국의 수출 전선까지 흔들고 있다.

트뤼키예 경제 매체 할크 TV 에코노미는 지난 12(현지시각) 독일 연방통계청(Destatis)과 할레경제연구소(IWH) 데이터를 분석해 독일 경제가 끝을 알 수 없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넘어서는 파산 도미노


독일 연방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기업 파산 신청 건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2% 늘었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얼어붙으면서 한계에 내몰린 기업들이 매달 두 자릿수 증가율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할레경제연구소(IWH) 분석 결과, 지난해 독일에서 법적청산 절차를 밟거나 활동을 중단한 기업은 총 17605개에 이른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렸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파산 규모가 5%나 더 크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산업의 동맥역할을 하는 물류와 관광 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 확정 통계를 보면 운송·창고업 분야에서 기업 1만 개당 13곳이 파산을 신청해 가장 높은 부도율을 기록했다. 경기 부진으로 물동량이 줄어든 탓이다. 숙박업과 관광업도 내수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았다.

이들 기업이 남긴 부실 채권 규모는 수십억 유로(수조 원)에 달한다. 금융권에서는 기업 부실이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신용 위기전이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할레경제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독일 기업이 겪는 위기는 단순한 경기 순환 과정이 아니다라며 에너지 비용 급등과 만성적인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기초 체력이 바닥난 기업들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붕괴, 17만 명 실직 공포로... 가계도 휘청


기업 몰락은 곧장 고용 시장을 강타했다. 할레경제연구소는 지난해 파산한 기업에 몸담았던 근로자 약 17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실직 위기에 놓였다고 집계했다.
기업 부실은 가계 부채 부실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한 달에만 개인 6700명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진 개인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기업이 문을 닫아 실업자가 늘고, 소득이 끊긴 가계가 파산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독일 경제의 자존심인 자동차 산업 부진과 제조업 경쟁력 추락을 꼽는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전기차 전환 지체로 독일 제조업이 설 자리를 잃으면서, 이와 연계된 부품·물류·서비스업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현지 한 경제 전문가는 제조업과 자동차 산업이라는 두 축이 흔들리면서 독일 경제 전체가 중심을 잃었다고금리와 인력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삼중고가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독일이 과거의 불명예스러운 별명인 유럽의 병자로 되돌아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럽 경제 정책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독일 경제의 침체는 일시 현상이 아닌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했다정부 차원의 획기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반등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금융권 전망도 어둡다. 프랑크푸르트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별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파산 행렬은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기업들은 생존을 건 사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獨 쇼크, 한국 덮쳤다... K-배터리·부품 수출 비상등


유럽의 공장독일이 멈춰 서면서 한국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경제를 떠받치던 자동차와 기계 산업이 무너지자, 이곳에 핵심 부품과 배터리를 공급하던 한국 기업들이 수주 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충격파가 가장 먼저 닿은 곳은 ‘K-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와 끈끈한 공급망을 맺어왔다. 하지만 지난해 독일 기업 파산이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며 상황이 급변했다.

독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고 신차 생산 목표를 줄줄이 낮춰 잡았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유럽 현지 공장 가동률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경영난을 이유로 배터리 주문 물량을 애초 계획보다 20~30%가량 줄이거나 인도를 미루고 있다폴란드와 헝가리에 있는 한국 배터리 공장들이 재고 조정에 들어가며 가동률이 손익분기점을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터리뿐만 아니라 일반 자동차 부품과 정밀 기계 부품 수출도 내리막길이다. 독일 제조업체들이 에너지 비용 상승과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으며 한국산 중간재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 패러다임 변화라고 한목소리로 진단한다. 독일 자동차 산업이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가면서, ‘독일 차에 부품을 납품해 성장한다는 한국 기업의 성공 방정식도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발 충격을 줄이려면 수출 시장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체에 빠진 유럽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세가 탄탄한 북미나 인도, 아세안(ASEAN) 시장 공략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 현장에서는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독일 거래 비중이 큰 중소·중견 부품사들이 줄도산하지 않도록 긴급 경영 안정 자금을 풀고, 대체 시장을 찾도록 마케팅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독일 전차군단의 멈춰 선 엔진이 한국 수출 경제에 던진 충격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포스트 독일전략을 짜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