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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5G 장비, EU서 완전 퇴출… 3년 내 95조 원 시장 삼성전자·에릭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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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5G 장비, EU서 완전 퇴출… 3년 내 95조 원 시장 삼성전자·에릭슨으로

27개국 통신망·핵심인프라서 중국 장비 강제 철거… 2020년 권고를 의무 전환
삼성전자 보다폰 수주로 입지 강화… 오픈랜 44조 원 시장 선점 경쟁 가열
유럽연합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제품을 핵심 인프라에서 3년 안에 완전히 철거하도록 강제하는 사이버보안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유럽연합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제품을 핵심 인프라에서 3년 안에 완전히 철거하도록 강제하는 사이버보안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사진=오픈AI의 챗GPT-5.1이 생성한 이미지
유럽연합이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 제품을 핵심 인프라에서 3년 안에 완전히 철거하도록 강제하는 사이버보안법 개정안을 추진한다.

AP통신은 20(현지시각) EU 집행위원회가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고위험 공급업체 장비 단계적 퇴출을 담은 법안 초안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권고'에서 '의무'로… 법적 구속력 확보


EU 집행위는 이번 조치로 5세대 이동통신망뿐 아니라 물 공급 시스템, 보건 의료 기기, 국경 검문소 보안 스캐너 등 18개 핵심 인프라 분야를 포괄한다고 밝혔다. 헤나 비르쿠넨 EU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집행위원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럽의회에서 "이번 제안은 우리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정보통신기술 공급망을 확보해 시민과 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EU는 지난 2020'5G 네트워크 툴박스' 지침을 마련해 보안 위험이 있는 업체를 통신 인프라에서 배제할 것을 권고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어 국가마다 적용이 제각각이었다. 독일과 영국은 자체 규제로 화웨이 장비 비중을 줄여왔지만, 헝가리나 이탈리아 등은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중국산 장비를 계속 활용하고 있다. 새 법안이 유럽의회를 통과하면 모든 회원국은 3년 안에 고위험 공급업체 장비를 제거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정 제재를 받는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는 중국 장비 배제 시 유럽의 5G 구축 비용이 약 550억 유로(949000억 원) 늘어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독일 정부는 화웨이 장비 전면 교체에 드는 비용을 통신사에 보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방 예산과 인프라 예산을 활용해 20억 유로(345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장비 교체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에릭슨·노키아 수혜… 오픈랜 전환 가속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강제 조치로 유럽 통신장비 시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델오로그룹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매출 기준 점유율 31%1위를 차지했다. ZTE와 합산하면 점유율은 42%에 이른다. 노키아 14%, 에릭슨 13%, 시스코 6%, 삼성전자 2%가 그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과거 40~60%에 달했던 화웨이의 유럽 시장 점유율을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가 흡수하며 주도권을 되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유력한 제3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통신사업자인 보다폰의 유럽 지역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 사업 핵심 공급사로 선정됐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지에서 추진하는 수천 개 이상 오픈랜 기지국 구축 5개년 프로젝트에 가상화 기지국과 인공지능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한다.

특정 업체 종속을 피하는 오픈랜 기술 도입 논의도 활발하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제조사가 만든 통신장비를 연동할 수 있도록 하는 표준화 기술로, 화웨이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오픈랜 투자 규모는 올해 누적 90억 달러(13조 원)에서 2030300억 달러(44조 원)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공정성 위배" 강력 반발… 무역 분쟁 우려


화웨이는 성명을 통해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기업으로서 정당한 이익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화웨이는 객관적인 기술 표준이나 증거가 아닌 출신 국가를 기준으로 특정 공급업체를 배제하는 것은 EU의 기본법 원칙인 공정성과 비차별 원칙에 어긋나며, 세계무역기구 의무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법적 근거와 사실 증거 없이 행정 수단으로 제한을 강제하고 기업의 시장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시장 원칙과 공정 경쟁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EU의 이번 조치가 단순히 통신 보안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 의존도와 중국의 첨단 기술 제조업 지배력 사이에서 유럽의 '기술 주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과 중국 사이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유럽이 확실한 안보 노선을 정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3년간 유럽 전역에서 벌어질 대규모 장비 교체 작업과 이에 따른 중국과의 외교 마찰은 유럽 경제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