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벽에 막힌 미래 기술
이미지 확대보기기업 입장에서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24시간 쉬지 않고 일하는 로봇은 인간보다 장기적으로 비용이 적게 들고 생산성은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 공장부터 단계적으로 '아틀라스'를 투입해 2030년엔 복잡한 조립 작업도 맡기고, 연간 3만 대 생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심산이다. 투자자들은 열광했고, 현대차 주가는 발표 직후 85% 급등했다. 그러나 정작 현장 노동자들은 이걸 두고 ‘인간 vs 로봇의 일자리 전쟁’으로 받아들이며 억지를 부린다. 노조는 로봇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는 미래를 걱정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저항이 회사의 경쟁력 약화와 생산기지 해외 이전을 불러와 오히려 일자리 상실을 가속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노조가 우려한 대로 회사는 로봇 도입이 쉬운 해외 공장으로 생산 물량을 빼낼 수도 있다. 전통적 관행으로 혁신을 가로막을 때 그들이 지키고 싶은 미래 일자리마저 스스로 지워버리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되는 완전자율주행차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정작 도로 위 상용화는 더디기만 하다.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사회적·법적 준비 부족이다. 공통적으로 사람이 기술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다. 현재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법·제도는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실제 제조사, 운영업체, 차량 소유주 간에 사고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명확한 규정이 없고, 국가별로 규제가 제각각이며 보험·보상 체계도 미비한 실정이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운전자 대신 차를 만든 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사, 관제 시스템 운영자, 심지어 도로 관리 주체까지 책임 공방에 휘말릴 수 있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들은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책임을 떠안을 일 자체를 피하려 한다.
대표적 사례가 테슬라의 FSD(Full Self-Driving)다. 테슬라는 사실상 고도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법적으로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2단계” 수준이라고 강조한다. 그 결과 현행법 체계 아래에서 사고 시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제조사는 기술적 한계를 알아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애매한 단계에 머무르는 셈이다. 반면 운전자들은 이를 완전자율주행처럼 믿고 쓰다가 사고가 나면 황당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그 사이에서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의 불완전성과 사고 위험, 책임 논란까지 감수하면서도 오토파일럿과 FSD를 실제 도로에 적용해 인간보다 낮은 사고 통계를 근거로 상용화를 밀어붙였고, 이를 통해 기술은 완벽함이 아니라 사회적 수용 속에서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긴 했다.
결국 기술이 현실에 닿으려면 완성도 100%를 달성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실패”를 사회가 허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기술은 예기치 못한 사고나 오류를 완전히 없앨 수 없고, 초기에는 책임 소재도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책임 공방을 두려워해 혁신을 미룬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는 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대신 '어디까지의 위험을 우리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를 사회적으로 논의하고 합의하는 일이다. 그게 우선이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