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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조율이시는 없다” 성균관도 권고한 ‘뺄셈’의 차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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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백서·조율이시는 없다” 성균관도 권고한 ‘뺄셈’의 차례상

2026년 설 차례상 비용 평균 23만~27만 원선… “전 부치기 대신 떡국 중심 간소화를”
최근 들어 물가 상승 등에 따라 간소화된 차례상이 많은 가정에서 차려지고 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최근 들어 물가 상승 등에 따라 간소화된 차례상이 많은 가정에서 차려지고 있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해마다 설 명절이 다가오면 주부들과 자녀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고민이 교차한다. 하나는 "올해 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하는 경제적 부담이고, 다른 하나는 "이 많은 음식을 언제 다 차리나" 하는 노동의 부담이다. 하지만 2026년 설을 맞이한 지금, 전통 예법의 총본산인 성균관과 유교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은 명확하다. 바로 ‘간소화’다.

전통시장 23만 원 vs 대형마트 27만 원… 물가는 여전히 ‘부담’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주요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6년 설 차례상 차림 비용(6~7인 가족 기준)은 전통시장이 약 23만3000원, 대형마트가 약 27만1000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약 4% 이상 상승한 수치다.

축산물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와 도축 물량 감소로 강세를 보였고, 수산물 역시 환율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반면 채소류는 작황이 양호해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대를 유지했다. 전통시장은 나물과 수산물, 축산물에서 강점을 보였고 대형마트는 가공식품과 과일류 세트에서 저렴한 경우가 많아 품목별로 발품을 파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동백서, 문헌에 없는 예법”… 전 부칠 필요도 없다

비용보다 더 큰 변화는 차례상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수년 전부터 "차례상은 정식 제사와 다르며, 가족의 화목이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흔히 차례상의 정석처럼 여겨졌던 ‘홍동백서(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나 ‘조율이시(대추·밤·배·감)’ 같은 원칙은 정작 유교 문헌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상들이 쓴 예서에는 그저 ‘제철 과일을 정성껏 올린다’는 취지만 담겨 있을 뿐, 과일의 배치나 종류를 엄격히 규정하지 않았다.

특히 명절 가사 노동의 주범인 ‘전 부치기’ 역시 차례상에 꼭 올릴 필요가 없다. 조선시대 예학자들은 오히려 기름진 음식을 제사에 쓰는 것이 예가 아니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설 차례상의 경우 떡국을 중심으로 나물, 구이, 김치, 과일 등 4~6가지 음식만 정갈하게 올려도 충분하다고 권고한다.

지방과 밀키트… “본질은 기억과 마음”


최근에는 한자로 적는 어려운 지방(紙榜) 대신 조상의 생전 사진을 올리거나, 직접 요리하는 대신 밀키트와 완제품을 활용해 차례상을 차리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춰 차례의 본질인 ‘조상을 추억하고 가족이 모이는 시간’에 집중하려는 실용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안동 권씨 종가의 한 관계자는 “간소화가 전통의 훼손은 아니다”라며 “정성이 담긴 떡국 한 그릇과 과일 몇 가지면 조상님도 충분히 기쁘게 받으실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2026년의 설 차례상은 ‘얼마나 많이 차렸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즐겁게 모였느냐’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